|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파격적인 소재, 새로운 연쇄살인범의 등장 이후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반전 결말 등 원작이 가진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장르물의 귀재'인 원신연 감독의 세계관이 더해지면서 더욱 풍성하고 새로운 스릴러로 재탄생된 '살인자의 기억법'.
특히 관객으로부터 가장 뜨거운 호평을 자아내는 대목은 바로 '연기 신(神)' 설경구의 역대급 파격 변신과 경이로운 인생 연기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김병수를 연기한 설경구는 마치 데뷔 초, 충무로를 열광에 빠트린 인생작 '박하사탕'(00, 이창동 감독) 김영호를 떠오르게 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것. 무엇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오프닝과 엔딩에 '박하사탕'을 오마주한 듯한 기찻길 장면을 삽입,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박하사탕'의 기찻길 신, 김영호가 "나 돌아갈래!"라고 절규하는 장면은 지금의 설경구를 만들어준 최고의 장면임과 동시에 한국 영화사(史)에 획을 그은 명장면이다. 이런 '박하사탕'의 명장면이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재현된 것. '박하사탕'과 같으면서 다른, 깊은 여운을 남긴다.
|
이어 "'살인자의 기억법' 오프닝과 엔딩의 기찻길 신은 김병수 삶을 뜻하는 장면이다. 김병수가 어둠의 터널에서 밝은 기찻길로 걸어 나온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 길게 펼쳐진 기찻길이 마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김병수를 앞날을 상징하기도 한다"며 "기찻길 헌팅을 하면서 나 역시 자연스럽게 '박하사탕'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것 같기도 하다. '박하사탕'의 기찻길 신도 영화에서 굉장히 큰 상징적인 의미를 주지 않나? '살인자의 기억법'의 기찻길도 영화 속에서 중요한 상징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원신연 감독은 실제로 '살인자의 기억법' 기찻길 신을 촬영하기 위해 '박하사탕' 기찻길을 촬영했던 강원도 정선을 찾았던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촬영이 가능한 기찻길을 찾다가 '박하사탕' 촬영지인 강원도 정선선의 구절리역을 가게 됐다. '박하사탕에서 김영호가 '나 돌아갈래!'라고 절규했던 그 기찻길이었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살인자의 기억법'도 촬영을 하려고 했지만 예전과 달리 지금은 기차가 5분에 한 대씩 지나가 촬영이 불가능했다. 만약 촬영했다면 17년 전 '박하사탕'의 김영호가 17년 뒤 '살인자의 기억법'의 김병수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었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혔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설경구, 김남길, 김설현, 오달수 등이 가세했고 '용의자' '세븐 데이즈'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박하사탕'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