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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 정부 들어 '협력(협치)·상생'의 미덕이 강조되는 시대. 하지만 반목·갈등이 여전히 혼재된 시대이기도 하다.
서강대 이영석 신부가 내놓은 '예수처럼 부처처럼'은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만남을 통해 서로 다른 신앙-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왜 다르지 않은지, 어떻게 하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저자는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젊은 시절 종합일간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른바 '잘나가는' 중견기자로 입지를 굳혔을 즈음 사표를 던지고 성직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남 부럽지 않은 직업이지만 마음 한구석 공허함을 채우지는 못했다. 자신을 진중하게 되돌아 보던 중 하고 싶은,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는 깨우침이 들었다고 한다.
이영석 신부는 '예수처럼 부처처럼'에서 성경과 선승 무문혜개(無門慧開)의 해설집인 '무문관' 안에서 접점을 찾아내고 풀어내 합일점을 찾고자 노력했다. 예수회 신부가 '무문관'을 통해 그리스도교와 불교와의 만남을 시도한 것 자체가 색다른 일이지만 불교학 박사 출신이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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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관'은 송나라 고승 무문혜개(1183~1269년) 선사가 1700여 공안(公案) 가운데 가장 핵심되는 48개 공안을 가려 화두 참구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선어록이다. 저자는 "'무문관'에 펼쳐진 침묵의 지혜가 성경 말씀에 한 줄기 신선한 빛을, 성경에 표현된 사랑의 말씀이 '무문관'의 48가지 공안에 생명의 물을 조금이나마 제공할 수만 있다면 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이겠습니까"라고 화두를 던진다.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서로 다른 신앙을 지닌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교리가 아니라 종교체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책에는 꼭지 끝머리마다 짤막한 시가 담겨 있어 읽는 이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저자가 묵상 끝에 남긴 이 시들은 글 전체를 되새김질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들어가는 말에서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문법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삶의 기술'에 대해서는 겹치는 부분이 꽤 있다"고 운을 띄운 저자는 "그리스도교는 그리스도교 고유의 주어와 술어로, 불교는 불교 특유의 목적어와 보어로 삶의 내용과 형식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두 종교의 문법은 다르지만 문법에 너무 끌려다니면 핵심을 놓치기 쉽다"고 지적한다.
결국 예수와 부처가 전한 '삶의 기술'의 핵심은 마음이며, 이는 헛된 망심(妄心)이 아니라 진실한 진심(眞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영석 신부는 "가톨릭 교회 수도자이자 사제로서, 동시에 불교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학생이자 선생으로서 일상의 한줄기 빛을 비춰 준 예수와 부처의 삶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문법을 굴려야지 그것에 굴림을 당해서는 노예의 삶을 벗어날 수가 없다. 노예의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 두 친구가 있다. 그리스도교 신자인 한 친구는 '길이 좁고 문도 좁다'(마태 7. 13)고 말한다. 불교 신자는 다른 친구는 '길이 넓어서 문이 아예 없다(大道無門)'고 말한다." 진리로 통하는 입구에 서서 서로 달리 표현을 한다. 왜 이렇게 다를까?
이에 대한 자세한 해답과 마음을 다스려 줄 교훈은 '예수처럼 부처처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수처럼 부처처럼/저자 이영석/성바오로/376쪽/1만8000원.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