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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개막은 다가오지만, 한국 대표팀의 e스포츠 종목 출전은 멀어지고 있다. e스포츠를 시범종목으로 채택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8월 18일 개막한다. 5월 9일 기준 아시안게임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대한체육회에서 얻었던 회원종목단체 지위를 잃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대표팀이 e스포츠 종목에 출전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6년 기준 830억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e스포츠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1637억 원), 부가가치(633억 원), 취업(1만173명) 정도로 나타났다. 특히, 광고효과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폰서 시장 규모는 축구, 야구에 이어 3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빠르게 e스포츠가 성장하는 가운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자회사로 국제 e스포츠 대회 'WESG(World Electronic Sports Games)'를 주최하는 알리스포츠는 2017년 4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lympic Council of Asia, OCA)와 파트너십을 맺고 e스포츠를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시범 종목으로,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에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017년 8월 10일 파리올림픽유치위원회 토니 에스탕게 공동위원장이 2024년 개최될 파리올림픽에서 e스포츠 정식 종목 채택을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IOC)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KeSPA가 대한체육회에서 얻었던 '회원종목단체' 지위를 잃었기 때문이다. 국제 대회는 종목 경기단체가 선수를 선발하면 대한체육회가 조직위에 넘기는 방식으로 선수 등록이 이뤄진다. e스포츠 선수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 가입이 필요하지만, KeSPA는 2017년 대한체육회 회원 자격을 상실했다.
KeSPA는 2014년 전국 11개 시·도지회 설립을 완료했고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등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을 이행하며 2015년 1월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로 승인받았다. 하지만 2016년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면서 자격요건이 까다로워졌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생활체육으로서 단체·종목의 역량을 확인하겠다는 취지에서 자격 재심사를 진행하고, 아울러 가맹경기단체 등급 분류의 기준을 강화했다.
대한체육회 가입탈퇴 규정 제6조 4항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시·도 종목 단체가 해당 시·도 체육회에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KeSPA의 시·도 지회 11개는 한 곳도 시·도 체육회에 가입하지 못했다. KeSPA는 시·도 체육회 가입을 추진했지만 각 시·도 체육회에서 가입 승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eSPA는 유예 기간이 지나 2017년 3월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종목 경기단체가 체육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도 선수를 선발하는 방법도 있다.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주짓수'의 경우 대한체육회의 정식 가맹단체가 아니지만, 자체 선발전을 진행해 선수를 선발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주짓수처럼 자체 선발전을 진행하는 방법은 아직 실현 가능성이 작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100일 남았지만 여태 e스포츠 선수 대표 선발전이 치러지지 않은 것은 OCA의 세부 종목 채택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 때문으로 알려졌다.
e스포츠 선수들이 국가 대표팀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도 요원하다. 지난 2월 진행된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러시아가 올림픽에서 국가 차원으로 제외됐지만, IOC에서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들은 이미 출전이 결정된 상태에서 도핑 리스트에 포함된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에 대해 IOC가 출전을 허용한 것이다.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선수들이 출전하려면 OCA가 예외를 만들어야 하고, 대한체육회가 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e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에 'e스포츠 종주국'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8년에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정식 스포츠가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 그곳에 e스포츠 종주국이자 유력한 우승 후보인 한국이 없다는 것은 선수 등 e스포츠 관계자뿐 아니라 e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아쉬운 일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e스포츠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9건 올라오기도 했다. 5월 9일 기준 청원에는 2,670여 명이 동참했다.
한국 대표팀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에 출전하는지는 대한체육회가 열쇠를 쥐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KBS와의 KeSPA의 대한체육회 회원 자격 상실에 관한 인터뷰에서 "그나마 인정 단체 자격 기준을 세 개로 줄였다"며 "그것도 안 해오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OCA가 종목을 결정한 이후 자체 선발전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이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와 KeSPA, 그리고 두 단체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림 텐더 / 글 변인호 겜툰기자(araysia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