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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준화 기자]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상식 '빌보드 뮤직 어워드'. 올해는 국내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수상과 첫 컴백 퍼포먼스가 펼쳐질 것으로 예고돼 음악 팬들은 물론 업계와 사회·문화 전반의 관심이 더욱 크게 일었다. 현장의 소식은 위성 생중계 됐고, 국민의 눈과 귀가 이 중계 방송에 쏠렸다.
안현모 기자는 동시 통역을 통해 현장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바탕으로 음악 전문가 못지 않은 해설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덧붙이면서 더욱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평이다.
팝에 대한 애정으로 상기되고,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에 대한 자부심으로 다소 흥분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깔끔하고 똑 부러지는 진행으로 시청자들과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했다.
당연히 그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면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바다. 하지만 모든 공을 방탄소년단에게 돌렸다. "빚을 진 셈"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나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BTS에 대한 관심이다. BTS에 대한 관심이 워낙 뜨겁다 보니 중계진에게도 관심이 미친 것뿐.
─ 중계를 마친 소감도 궁금하다.
▶그야말로 중계를 했을 뿐이다.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우리나라 시청자들을 위해 그대로 전해주는 일. 하지만 그 상황의 한 가운데에 BTS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시청해 주셨고, 중계에 대해서도 수고했다며 한말씀씩 해주시니 보람도 느껴지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통역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 방송 이후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려운 점, 아쉬운 점도 있었을 거 같은데,
▶호평은 내가 뭘 잘해서가 아니라, 행사 자체가 즐거운 축제였기 때문에 나왔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일곱 소년 BTS가 빌보드 2년 연속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완벽한 컴백 무대로 내로라하는 수퍼스타들을 매료시키고 있는데, 기분 좋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BTS 덕에 시청자들의 관대한 평가를 빚진 셈이다.
▶그렇지만, 나는 스스로의 퍼포먼스를 잘 알고 있다. 동시통역을 위해서는 제일 중요한 게 '잠'인데, 전날 잠을 한 숨도 자지 못해 집중력과 순발력을 붙잡고 있기가 사실 너무 힘들었다. 여기에 감정까지 이입되면서 후반에는 심리적으로도 들떠버렸단 걸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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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적이었던 장면, 기억에 남는 장면도 궁금하다.
▶노래와 춤, 무대 등 여러가지가 인상적이었지만 나는 언어를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어적인 감명을 받은 순간이 특히 기억난다. BTS의 RM이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밝혔을 때다. 내가 BTS를 띄워주기 위해 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RM의 영어 실력과 영어를 할 때의 자세는 정말로 입이 마를 때까지 칭찬하고 싶다. 외국어를 익히고자 하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예시로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심지어 나 자신도 RM의 꾸준한 노력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는다.
-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기, 어떻게 보고 있나.
▶나는 음악 전문가가 아니기에 깊은 음악적 분석은 어렵지만, 해외 매체를 폭넓게 접하고 뒤져본 입장으로서 느끼는 점은 분명히 있다. BTS를 둘러싼 현상이 국내 초록창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고 깊다는 것이다. 얼핏보면 'ARMY(아미)'로 대표되는 일부 팬들의 취미활동으로 보이지만, 외신 기사나 칼럼 등을 읽어보면 실로 글로벌한 정치사회적 함의까지 내포하고 있단 걸 깨닫게 된다. 방탄을 모를 수도 있고, 방탄을 안 좋아할 수도 있지만, 지금 방탄이 증명하고 있는 새로운 질서로의 세대적 전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단독인터뷰②] 안현모 "통역은 잘 해야 70점...다른 분야 도전도 하고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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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