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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는 첫 장면부터 관객들을 압도한다.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 가운데, 범죄집단 '콤프라치스코'에 의해 주인공 그윈플렌의 운명은 거친 파도에 내던져진다. 순식간에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검은 바다로 변한 무대 앞에서 관객들은 이내 숨을 죽인다.
1966년 임영웅 연출의 '살짜기 옵서예'를 기준으로 5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창작 뮤지컬은 소재면에서 크게 2개의 흐름으로 발전해왔다. 하나는 에이콤의 '명성황후'(1995)와 '영웅'(2009)으로 대표되는 '한국적인' 작품들이고, 다른 하나는 '웃는 남자'와 같이 외국 원작을 소재한 '글로벌한' 작품들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2000)이 히트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의 계보는 "왜 외국이야기를 갖고 창작 뮤지컬을 만드느냐?"는 질타(?)에 간혹 시달리면서도 '셜록 홈즈'(2010)를 거쳐 대극장 작품인 '프랑켄슈타인'(2014), '마타하리'(2016) 등으로 역사를 이어왔고, 마침내 깊이 있는 서사를 담은 대작 '웃는 남자'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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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프로듀서들은 "서양의 뮤지컬 문법과 테크닉을 좀더 배워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허나 한국 뮤지컬이 이제 기술적으로는 월드클래스에 이르렀음을 '웃는 남자'는 입증했다.
이제 좀 더 욕심을 낼 때가 됐다. K-팝이 서양의 문법과 형식에 한국의 색깔, 스타일, 에너지를 담아 성공했듯이 K-뮤지컬도 '서양 뮤지컬을 서양 사람보다 더 잘 만든다'는 찬사를 넘어, 이제는 한국적 해석의 방식을 어떻게 세련되게 입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