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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라이프'가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JT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라이프(Life)'(연출 홍종찬 임현욱, 극본 이수연, 제작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AM 스튜디오)가 숨겨진 민낯을 드러내는 날카로운 메스를 병원을 넘어 사회를 향해 세우고 있다. 의학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나 병원을 거울삼아 현실을 비추는 놀라운 짜임새와 치밀한 전개는 극적인 긴장감까지 고조시키며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았다. '라이프'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됐던 지난 12회는 전국 5.3%, 수도권 6.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라이프'는 내부고발자 이정선의 죽음을 통해 사회 문제를 유기적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이정선의 내부고발로 밝혀진 국회의장 특수활동비 유용 사건 뒤에는 국회의장과 QL그룹 간 정경 유착의 그림자가 있었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QL이 화정에 도움을 청하고, 화정은 그 대가로 QL의 스마트폰 사업을 이용한 헬스앱 개발을 약속받으며 자본 권력의 은밀한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정선의 죽음에는 또 다른 이면도 숨겨져 있었다. 국회의장 특수활동비 유용 사건을 보도한 새글 21 권기자가 취재원 보호라는 보도 윤리를 외면하면서 이정선의 신분이 세상에 노출됐던 것.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의 모습은 씁쓸함을 남겼다.
'라이프'가 던진 화두가 더욱 깊은 울림을 남긴 이유는 현실의 이면을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고민과 통찰을 함께 그려냈기 때문이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용기 있게 움직이는 예진우(이동욱 분)는 단 하나의 선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함께하는 주경문(유재명 분) 역시 최선의 수를 찾으려 애쓴다. 숫자가 최우선인 냉철한 승부사 구승효 역시 인간적인 양심을 완전히 외면하지 못한다. 이정선의 검시 결과를 왜곡했지만 이를 다시 정정한 오세화(문소리 분), 자그마한 재기의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는 김태상(문성근 분)의 집요함 등 상국대학병원을 둘러싼 인간군상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라이프'는 의료 민영화, 정경유착 등 사회의 현존하는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고듦과 동시에 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입체적인 갈등을 드러내며 리얼리티를 구축한다. 다양한 이해관계,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과 그 선택이 불러오는 파장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욱 뼈아프게 다가선다. 단 4회만을 남겨둔 '라이프'의 예리한 시선이 비출 현실의 모습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라이프'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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