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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토일극 '나인룸'을 마친 김재화를 만났다.
'나인룸'은 희대의 악녀 사형수 장화사(김해숙)와 운명이 바뀐 안하무인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 그리고 운명의 열쇠를 쥔 남자 기유진(김영광)의 인생리셋 복수극을 그린 작품이다. 김재화는 극중 장화사의 동료 죄수인 감미란 역을 맡아 열연했다. 감미란은 이혼 경력 4번에 사기 전과 13범인 유혹의 달인이다.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유일하게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해준 장화사를 위해 몸을 던지는 의리파이기도 하다. 김재화는 그런 감미란을 맛깔나게 그려내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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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물을 연기하려면 온전히 내가 그 인물이 되어야 하니까 과거 있었던 사건들이나 에피소드를 내 스스로 많이 모아놨다. 그 캐릭터가 되어서 일기를 쓴다거나 백문백답 같은 걸 찾아서 답안지 쓰듯 많이 적어놨다. 구글에 '헌드레드 퀘스천'이라고 쓰면 엄청난 질문들이 있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해 파악할 때 필요한 질문, 전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의 질문들이 있다. 그것만 몇개 뽑아서 캐릭터에 대해 쓰다 보면 그 인물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더라. 예고 대학 과정에서 연기전공들이 채워나가는 인물분석표가 있다. 거기에서 좀더 더 파고들고 싶었다. 좀더 더 구체적인 걸 해보고 싶었다. 번역기를 사용하며 답을 채워나갔다. 도움이 많이 됐다. 당신의 이름의 뜻이 뭐냐, 이름을 누가 지어줬냐 이런 질문들이 있다. 간미란은 고아출신인데 '내 이름은 아마 시설에 처음 들어갔을 때 원장 수녀님이 들어줬겠지', '그 수녀님 성이 간씨였나보다' 하는 식의 유추를 할 수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캐릭터를 서술할 수 있으니까 도움이 많이 됐다."
캐릭터 분석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김재화는 형광색처럼 통통 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현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자아성찰도 이룰 수 있었다고.
"백문백답을 채우며 나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나랑 그 인물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었다. 나는 화목한 가정이 있는 사람이고 미란이는 가족이 없고 나중에 자기를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 장화사고. 그래서 장화사에게 의리를 다하려는 모습이 제일 달랐다. 아무래도 급작스럽게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최측근이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런 건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막막했다. 그런데 침대에 누워있는 선생님을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 감정이 신기하게 생기더라. 그 존재감이 누워만 계셔도 감정이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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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은 화기애애하고 좋았다. 에너지가 세긴 하지만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나만 그럴지 몰라도 너무 좋았다. 가족 같았다. 김해숙 선생님은 따로 주문한 감기약까지 따로 챙겨주셨다. 끝날 때까지 해내야 하는데 중간에 겨울이 됐고 밤샘도 계속되고 해서 감기 걸리면 안되니까 잘 챙겨먹으라고 따로 주문해서 주셨다. 아까워서 못 먹고 있다. 항상 웃었다. 렉카신 같은 경우 내가 보통 운전하고 두분 태우고 다니고 그랬는데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무슨 얘기만 해도 계속 웃었다. 힘들면 힘든대로 웃기고 좋았다. 내가 막내니까. 선생님하고 희선 선배님 얘기하시는 걸 듣고만 있어도 공부가 절로 됐다. 좋았다. 예를 들면 일을 계속 해라. 그런 얘기도 해주시고. 육아랑 병행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서 내가 힘든 부분을 선생님은 몇십년 전에 겪으신 거니까 조언도 잘 해주셨다. 엄마 배우로서의 삶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으니까 좋았다. 내가 세 자매 중 첫째라 언니가 없는데 희선 선배님이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 너무 유머러스 하시다. 같이 작품 해서 영광이다. 내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게 느껴지니까 고마웠다. 같이 서서 담장에 들어가는 신이었는데 생각보다 언니가 키가 정말 크더라. 보통은 '어 그래' 하고 넘길텐데 언니는 나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내가 신발 갈아신고 올까' 하시더라. 옷도 색이 겹치면 후배들이 갈아입거나 하는데 그렇게 말해주시더라. '언니 이번에 화보에서 옷 예뻤어요' 하면 '그옷 줄까' 하시는 분이다. 나중에는 유머코드인가 싶기도 했는데, 만약 내가 진심으로 '네'라고 했으면 했으면 옷 줬을 선배다. 팬으로서 금분의 연기를 계속 화면에서 봤으면 좋겠다. 이 아름답고 멋있는 이 배우가 가는 여정을 . 선배님이 연기를 계속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해숙 선생님 정도의 나이가 됐을 때의 언니를 상상해보면 너무 멋있을 것 같다. 그 나이가 됐을 때 다시 만나서 연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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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애들이 한두살 때보다는 세네살 되니까 훨씬 편해지기도 했다. 큰애는 말이 통하니까 엄마의 직업에 대해 숨기기 보다는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하는지 얘기해주려는 편이다. 남자 선배님이 아주 어릴 때부터 자녀분한테 배우란 직업의 특성에 대해 계속 얘기를 해주셨다고 한다. 새벽에 나가야 하는 이유, 밤 늦게 들어올 수밖에 없는 이유, 주말에 없는 이유 등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면 어린 애들도 다양한 직업군 중에 우리 엄마의 직업은 이런 직업이라고 이해하는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다. 다행히 남편은 육아를 같이한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게 스스로 성립된 게 아닌가 싶다. 거기서 벗어나게 되면 나쁜 엄마인가라는 걸 계속 생각한다. 누가 애들 팽개치고 일하러 간다고 나쁜 엄마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나 혼자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그런 면에서 김해숙 선생님, 김희선 선배님은 너무 멋있었다. '포기를 할 부분은 아니지 그래, 내가 애기들을 낳기 훨씬 전부터 해오던 일인데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선택해야 할 건 아니구나.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해나가자. 엄마가 됐지만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같이 만들어나갈 수 있구나' 라는 걸 선배님들을 보면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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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일을 하는 게 활력인 것 같다. 캐릭터를 만나는 게 너무 좋다. 이 인물을 어떻게 하면 만들가 하는 재미로 사니까. 대본을 보면서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연구하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다. 나랑 어울릴 법한 작품들을 만난 것 같다. 항상 부족하고 더 연기 잘하고 싶고 그렇다. 화면을 보고 만족하지 못한다. 퇴근길에 그날 했던 연기를 더 하며 반성한다. 그걸 '시크릿 마더' 때부터 고쳤다. 내가 하도 그러니까 서영희 배우가 안그래도 된다고 해줬다. 오히려 큐사인이 들어왔을 때 최선을 다하고 끝나면 잊어버리자고 생각하기로 했다."
김재화는 멈추지 않는다. 올해 벌써 두 작품에 출연했지만, SBS 새 월화극 '복수가 돌아왔다' 출연까지 확정하며 연말까지 쉼없이 달릴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열일'하며 30대를 마무리한 뒤, 보다 알차고 깊이 있는 40대를 시작하겠다는 게 김재화의 목표다.
"'복수가 돌아왔다'까지 잘 시작하고 마무리 하는 게 목표다. 그 이후에는 내년 계획은 아직 작품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40세가 된다. 그래서 친구들과 마흔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어떻게 하면 인생에. 40대 부터의 배우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항상 있었다. 맡는 배역도 다양해질 것 같고 좋은 작품을 만날 기회도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서 그런 준비를 잘 해놓으려고 한다. 내년에는 좋은 작품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