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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전지적기자시점]'김씨네 편의점' 韓이민가정…편견 없애는 나노한류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9-08-30 15:30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캐나다 CBC시트콤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은 우리에게도 각별하다. 그동안 북미권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국은 그저 못사는 나라로 그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교포들 역시 세탁소나 슈퍼마켓을 하며 돈을 많이 벌어보려고 발버둥치는 인물들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씨네 편의점'에서 엄마 김영미 역을 연기하고 있는 진 윤은 "캐나다에서도 그동안 아시아계는 중국 갱스터들로 많이 표현됐다. 또 전문가 등 이야기를 진행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지원 캐릭터로 묘사됐다. 기능적인 역할만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직도 한국을 'MASH(매쉬)'에서 그려진 모습으로 상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매쉬'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 야전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한국의 '기브미 쪼꼬렛' 시절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김씨네 편의점'은 이런 편견을 완전히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물론 선입견은 있다. 편의점을 한다는 것부터 그렇다. 교포들이 편의점을 하는 경우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시즌4 방영을 앞두고 있는 '김씨네 편의점'은 기존 한국 교포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시즌1이 캐나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모으면서 그 변화는 점점 커졌다.


폴 선형 리가 연기하는 아빠 이상일은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인 한국 아빠 스타일이다. 하지만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여느 아빠 못지않다. 캐나다 사람들이 봐도 처음엔 '왜 저러지' 싶다가도 '아빠들은 다 똑같구나'라는 공감을 하게 된다.

실제 폴 선형 리는 흔히 말하는 '네이티브' 발음을 구사하지만 아빠 이상일은 전형적인 한국식 발음의 영어를 한다. 폴 선형 리는 29일 서울 영상자료원에서 열린 '김씨네 편의점' 기자간담회에서 "나에게는 아빠가 이렇게 발음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실제 우리 아버지가 이렇게 발음하신다. 당연히 '김씨네 편의점'에서의 아빠는 이렇게 발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마도 자식 걱정에 여념이 없는 한국 엄마 스타일이다. 간담회에서 진 윤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내 캐나다 이름은 진 윤이지만 한국 이름은 윤진희다"라고 강조한 그는 "폴과 나는 25년 전부터 출연료도 없이 연극배우로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많이 발전해왔다"며 "'김씨네 편의점'을 하면서 진짜 가족, 아들 딸이 있고 부모와 관계 속에서 화해하고 사랑하는 감정들이 있는 가족들이 표현됐기 때문에 기뻤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캐나다에서 이민자 2세로 살면서 정체성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네 편의점'을 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자부심을 갖게 됐다. 폴 선형 리는 "내 삶의 대부분동안 나는 캐나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한국인 정체성을 밀어내려고 노력을 많이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한국인 정체성 받아들였을 때 큰 성공을 거뒀다"며 "지금 보니 '좀 더 빨리 와볼걸'이라고 생각했다. 좀더 (한국에) 오래있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엄마, 자녀, 아내가 다 같이 와서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내년에 그렇게 되기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BTS가 전세계 팝시장을 호령하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세계 곳곳에서 한국 드라마가 리메이크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현지에 특화된 교포 사회를 다루며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김씨네 편의점' 이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다.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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