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단독]②정우성 "첫 청룡 주연상 수상, 나보다 절친 이정재가 더 기뻐해"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12-09 09:27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정우성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04/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 저보다 이정재씨가 더 좋아했죠."

데뷔 25년 만에 처음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게 된 배우 정우성(46). 4번의 인기상 수상으로 일찌감치 스타성을 인정받은 그였지만, 4번의 남우주연상, 1번의 남우조연상 후보 올랐지만 번번히 수상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런 그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증인'(이한 감독)에서 자폐 소녀 지우를 만나 점점 변화해 가는 삶에 지친 월급쟁이 변호사 순호 역을 맡아 진정성 있는 연기로 마침내 청룡영화상의 주인공이 됐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인 그는 수상 소감부터 남달랐다. 제40회 청룡영화상 대표 유행어인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는데"부터 절친 이정재 언급까지, 유머와 센스를 모두 겸비한 정우성다운 수상소감이었다. 시상식 당일 정우성의 수상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온 이한 감독 및 '증인' 팀들과 함께 회식을 즐겼다는 정우성은 이후 이정재와도 축하의 축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정재씨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나보다 더 좋아하더라"며 웃었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조우진('국가부도의 날')의 수상 소감을 패러디해 "아마 누구보다도 이 트로피를 손에 들고 있는 저의 모습을 집에서 TV로 보고 있을 한 남자, 제 친구 이정재씨와 함께 기뻐해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정우성. 이 수상 소감에 대한 이정재의 반응을 묻자 "좋아하는 거 같더라"며 웃었다. 이어 "사실 호명되기 전에 굉장히 잡다한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한다. 기대는 하지 않는데 '혹시 내 이름을 부르면 뭐라고 해야 하지?'라고 했다가 '아니 기대하지 말자'라고 했다가 왔다 갔다 한다. 그러다가 마침 앞에서 조우진씨가 수상하고 너무 멋진 말로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는 것을 보고 빼앗아 조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패러디 수상 소감을 조우진 역시 굉장히 좋아했다고 전하자 정우성은 "리메이크가 원작을 훼손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창작자들에겐 그게 중요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는데" 패러디 소감에 대해서는 "앞에서 많은 수상자분들이 그 멘트를 해서, 나도 하게 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시상식 날 제 수상 소감은 그날 상 받은 분들이 했던 좋은 말들을 모두 짜깁기 한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증인'의 유일한 후보로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까지 하게 된 정우성. 다른 팀과 달리 호명 직후 바로 함께 출연한 배우, 스태프들과 기쁨을 나누지 못해 섭섭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는 "하지만 (김)향기씨가 시상자로 나오는 걸 보고 굉장히 반가웠다. 향기씨가 조연상 시상을 마치고 기다렸다 저에게 인사를 하고 가려고 했었다는데, 스케줄 시간이 맞지 않아 당일에는 따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향기씨도 축하해줬다"며 "한 작품을 대표에 큰 영광을 제가 다 받고 있는 것 같아 송구스럽기도 하다. 축하 뒷풀이 자리에서 이한 감독님도 흔쾌히 기쁜 마음으로 달려와 주셨는데 내심 감독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답했다.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인해 더욱 커진 대중의 기대치. 하지만 정우성은 부담감을 뒤로하고 앞으로도 '정우성스럽게 묵묵히 연기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물론 상의 무게를 값지게 가져가야 하는 책임감도 있지만 여태까지 모든 캐릭터를 매순간 아끼면서, 나다운 게 무엇인지를 찾으면서 살아왔듯 앞으로도 정우성스럽게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영화 속 캐릭터를 만나는 과정이 영화의 완성이라면 인생은 정우성이 어떤 사람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어떤 누군가에게 기대려고 하거나 안주하려고 한 적이 없다. 누군가가 바라는 모습보다 나답게 나다운 모습을 찾아오며 살았다. 청춘스타로 데뷔 했던 제가 대중이 바라는 모습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좌충우돌 맡으면서 '왜 안 어울리게 저런 걸 해'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그런 다양한 시도를 해봤기 때문에 유연한 표현법들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것 같다."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정우성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04/
영화 제작에 이어 현재 첫 연출작 '보호자' 준비에 한창인 정우성. 신인감독상 수상에 대한 욕심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부터 노리기에는 내가 너무 뻔뻔한 거 아니냐"며 웃었다. 이어 "일단 지금은 촬영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어제도 로케이션 헌팅을 다녀왔다. 완성본에 따라서 뻔뻔하게 신인감독상을 생각하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다음에 더 잘해서 받자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기대는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기대란 게 현장에서 감독으로서 더욱 충실하게 만드는 좋은 자극제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배우'로 살아온 정우성. 제작을 넘어 연출까지 도전하고 있는 그에게 과연 '영화라'는 매체는 어떤 의미일까. 정우성은 "어떤 의미인지 쉽게 정의하기조차 힘든 것"이라고 답했다.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정우성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12.04/
"영화라는 작업의 특성은 길다는 거다. 한 작품에 몇 개월 씩 시간이 투여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생활의 시간이 줄어들고 일상의 시간 전부도 일과 관련된 만남과 생각으로 흘러 간다. 사실 '너에게 영화가 어떤 의미냐'고 물으면 쉽게 답할 수가 없다. 이미 나는 너무 영화 '안'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 '밖'에서 정우성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볼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지내온 시간 전부가 영화, 그 자체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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