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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남재륜 기자] 밴드 '봄여름가을겨울'과 듀오 '빛과 소금'이 33년 만에 함께 신곡을 선보였다.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전태관은 지난해 12월 27일 신장암 투병 끝에 향년 56세로 별세했다. 세상을 떠난 지 오늘 1년이 됐다. 김종진은 "이번 앨범 준비는 1년 정도 했다. 지난 1년 전, 위대한 드러머였던 전태관씨가 세상을 떠난 날부터 뭔가 남길 수 있는 게 있으면 해보기로 했다. 음악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 결국 음악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앨범명에 대해 대해 "'리유니언'은 사전을 찾아보니 동창회라는 뜻이다. 1회성으로 잠시 모이는 걸 리유니언이라고 하더라"며 "영어로 '리유나이티드'라는 곡은 빌보드 상위권을 차지한 걸로 기억하는데, '리유니온'은 빌보드 차트 1위를 한 적이 없어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종진은 "1986년 이후로 한 스튜디오에 33년 만에 만난 셈"이라고 강조했다. 33년만에 함께한 소감을 묻자 박성식은 "신혼여행을 간 설레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김종진은 이에 의아해하며 "33년, 서른세살 부부 같아서 그러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장기호는 "젊었을 때는 티격태격, 아웅다웅 말이 많았다. 지금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차원으로 관계가 바뀌었다.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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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종진은 그룹 빛과소금에 대해 "스튜디오 녹음을 지속적으로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형들이 '녹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습 더 해야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녹음하고 집에 가서 들어보는데, 다 뻥이라는 걸 알았다. 초절정 고수가 있더라. 이런 분들은 신선급이다. 특히 나는 장기호 형의 보컬을 너무 좋아하는 팬이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보컬의 신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박성식은 "30년 동안 장기호 목소리를 들으면 그런 소리 못한다. 밋밋하고 입체감이 없다"고 솔직한 소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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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호는 "김종진의 신곡 계획을 들었을 때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세 분이 하늘나라에 갔는데 다 없어질 것 같다. 그 전에 우리가 뭔가 만들어 놓을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와 지금이 다른 건, 음악 생활을 거치면서 남들과 다른 각자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이번 작업은 서로 존중하고, 타인의 음악을 받아들여 견식을 쌓는 느낌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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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은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 보면 된다. 김현식이 동창회와 모여 음악을 한 것이다. 요즘 곡 표기법은 괄호를 열고 피처링을 쓰지 않냐. 그러나 우리는 모든 곡에 'with 빛과 소금'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박성식은 "봄여름가을겨울의 개성과 빛과 소금의 개성이 충돌할까 걱정했다"면서 "지금 보면 잘 어우러진 것 같다. 양쪽 팬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만큼이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음악적 요소들이 잘 결합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종진은 "이번 앨범에는 우리가 살아왔고, 딛고, 먹었던 시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60~70년대의 황금 소리들, 음악 표현법, 낭만들이 담겨서 자신 있게 여러분에게 선보이게 됐다"고 신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은 떠난 멤버들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다. 김종진은 "역시 하늘은 천재를 빨리 데려가는가 보다 싶었다"며 "박성식, 장기호 형님들을 뵙기 전 자존감이 약해지고 있었다. 이 형님들을 뵙고 잠깐 연주하고 작업해 보고 나서 '엄청난 대가들, 초고수 천재들이 남아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남재륜 기자 sj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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