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풍요로운 '황금돼지해'라고 했지만, 게임과 e스포츠 산업에선 명과 암이 뚜렷이 대비되는 한 해였다.
넥슨의 지주사인 NXC 김정주 대표가 회사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는 소식이 새해 벽두를 강타하면서, 업계는 한 해 내내 들썩일 수 밖에 없었다.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15조원까지 이르는 매각 대금은 히트 IP를 가진 게임 회사의 엄청난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으며, 국내의 넷마블과 카카오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IT 회사들까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업계뿐 아니라 시장 전체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 넥슨이 해외에 매각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제기됐고, 국내 게임산업이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흘러나오는 등 논란도 상당했다. 결국 수차례 입찰이 연기된 끝에 인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매각은 철회됐지만, 이후 특정 IP와 지역에만 의존하고 있는 넥슨의 한계가 그대로 노출됐고 이에 개발 조직이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많은 프로젝트들이 취소되는 등 내홍은 상당기간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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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매각 이슈만큼 게임계를 강타한 소식은 WHO(세계보건기구)로부터 전해졌다. 지난 5월 열린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겠다고 결정하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이 계속됐다. 국내에 적용이 된다고 해도 2025년부터이기에 당장은 아니겠지만, 게임에 드리워진 부정적인 시각이 증폭될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임계에선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지속적인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각종 토론회도 개최하면서 강하게 반발했지만 의료계를 중심으로 도입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빚었다. 정치권 역시 이해득실에 따라 찬반 의견을 내세우며 대립하는 가운데, 정부에선 양쪽 관계자가 참가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은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은 올해도 여전히 한국에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반면 양산형 중국산 게임은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면서 시장 개방의 비대칭성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를 문제시하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를 중국에 강력하게 제기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내년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다소 완화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중국이 자체 시장에 셧다운제와 유료아이템 구매 제한 등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규제를 실시하면서 국산 게임이 진출하더라도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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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2018년 '로스트아크' 등으로 온라인게임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국내 게임산업은 퍼블리싱 환경이 예전과 달라지면서 국내를 뛰어넘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대형 게임사뿐 아니라 중소 규모의 게임사들도 다시 온라인게임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서 펄어비스는 '플랜8'과 '붉은사막' 등 무려 4종의 온라인게임을 공개하며 이를 잘 보여줬다.
또 국내에선 마이너 플랫폼이지만 글로벌에선 여전히 인기 플랫폼인 콘솔로의 확장도 계속 시도되고 있다. 여기에 아직 정체돼 있지만 여전히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VR, 그리고 구글을 비롯해 5G 시대를 맞아 국내 이통사들도 모두 뛰어들기 시작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도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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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에서도 게임 산업 부활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 6월 온라인게임의 성인 월 결제한도를 폐지했고, 지난 4월 취임한 박양우 문화부 장관은 게임업계로부터 의견을 직접 듣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데 이어 4년만에 처음으로 장관의 자격으로 11월에 열린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참석해 각종 규제로 누더기가 된 게임산업진흥법을 전면 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WHO의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으며, 중국의 판호 발급 문제 해결을 위한 행보도 보여주고 있다.
문화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가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는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감을 새삼 인식한 가운데, '늦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처럼 위기 극복과 인식 개선을 위해 내년에도 얼만큼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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