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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엑스원·아이즈원 미안, 대책無"…'프듀'조작 CJ ENM, 눈가리고 아웅(종합)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9-12-30 17:5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미안하다. 대책없다."

한 시간 여에 달하는 시간 동안 CJ ENM 측이 내놓은 답을 한 줄로 요약한 결과다. Mnet '프로듀스(이하 프듀)' 시리즈 조작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어쨌든 미안하다는 것이 CJ ENM 측이 내놓은 최선의 답이었다.

3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프듀' 투표 조작 사건과 관련한 긴금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 신윤용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용수 경영지원실장이 참석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질의 응답을 진행했다.

허 대표는 "Mnet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로 모든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려 사죄드린다.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모든 열정을 쏟았던 많은 연습생들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정말 미안하다. 시청자분들과 팬들에게도 죄송하다.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저희의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연습생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과 향후 활동지원 등 실질적 피해구제, 엑스원과 아이즈원의 활동 재개, 프로그램을 통해 발생한 수익 300억원 규모의 기금과 펀드 조성 등을 약속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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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전무했다.

우선 팬들의 걱정을 샀던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팀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팬분들과 멤버들의 심적 고통을 감안해 최대한 빨리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컴백 시기나 컴백 방안, 활동 재개 시 쏟아질 악플과 의혹에 대한 대처방안 등의 세부적인 내용은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았다. 아이즈원은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엑스원은 아직 전속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Mnet의 잘못으로 활동이 중단된 이 시기가 계약 기간 내에 포함이 될 것인지, 만약 팀 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거나 멤버들 중 팀 활동을 원치 않는 이가 생겼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것이 없다. 멤버들의 소속사와 논의 중"이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다른 연습생들에 대한 피해보상 절차도 마찬가지다. 안준영PD와 김용범CP를 비롯한 제작진은 투표 결과를 조작해 합격자를 뒤바꾸거나 1위부터 20위까지의 연습생을 내정해 놓는 등의 방식으로 '프듀' 전 시즌을 조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피해자와 수혜자가 분명히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Cj ENM 측은 "연습생 보호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피해자와 수혜자가 가려지더라도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도 "'프듀'는 개인PD가 데이터를 갖고 있다.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피해자와 수혜자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연습생들의 열정 페이로 배를 불리면서도 그들의 꿈을 기만하고 시간고 노력을 헛되게 만든 것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해줄 수 있는 건 금전적 보상과 활동보장 뿐"이라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문자투표에 참여한 시청자들에 대한 피해보상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환불을 요청할 경우, 환불을 해주거나 대신 기부해주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프듀' 투표 조작 논란이 불거진 것은 7월이다. 사건 발생 후 5개월 여가 지난 뒤 겨우겨우 입을 열었지만, 결국 만족할 만한 답은 내놓지 못했다. 일련의 투표 조작 사태가 모두 자신들의 책임이라면서도 '개인의 일탈'로 규정짓고, 조작에 가담한 제작진에 대한 처분은 미뤄놨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공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뒤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프듀' 시리즈를 통해 앞으로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되는 수익을 포기하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그런 와중에 엑스원과 아이즈원의 활동은 강행하겠다고 한다. 조작 멤버가 누구인지 가려지지도 않았고, 연습생 보호 차원에서 수혜자를 밝힐 수 없다 하더라도 피해보상 대책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엑스원과 아이즈원이 활동을 재개하게 된다면 시선은 멤버들에게 집중될 것이 너무나 뻔하다. 의심 어린 눈초리와 비난의 화살이 CJ ENM이 아닌, 멤버들에게 쏠린다는 얘기다.

이제는 이런 식으로 멤버들 뒤에 숨지 말고, CJ ENM 측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제대로 사태를 수습하고 보상책을 실행해 여론을 돌려놓은 뒤 아이즈원과 엑스원을 출격시키는 게 맞는 그림 아닐까.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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