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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韓판 넷플릭스 탄생"…'서복'으로 물꼬 튼 티빙, 영화계 지각변동 일으킬까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1-03-08 09:33 | 최종수정 2021-03-08 11:1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CJ ENM이 운영하는 한국 토종 OTT(Over-The-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티빙이 자사 영화의 신작을 극장과 동시 공개하겠다고 밝혀 영화계 파란을 일으켰다. 과연 티빙은 한국판 넷플릭스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티빙은 CJ ENM의 OTT로 채널 다시보기, 실시간 방송 등의 서비스를 이어갔다. 그러던 티빙은 올해 1월 JTBC스튜디오의 합류가 확정되면서 사업 확장을 예고했고 tvN '더 지니어스' '대탈출' 시리즈를 이끈 정종연 PD를 필두로 본격적인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나섰다.

티빙의 첫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는 지난 1월 29일 예능 '여고추리반'이었다. 이후 이달 26일 배우 전소니, 기도훈 등이 출연하는 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은선우 극본, 김병수 연출)가 공개되고 올여름에는 송지효, 남지현 등이 출연하는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가제, 이영숙 극본, 소재현·이수현 연출) 등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티빙은 예능과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영화까지 공략,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액션 판타지 영화 '서복'(이용주 감독, STUDIO101·CJ엔터테인먼트 제작)으로 오리지널 시리즈의 확장을 완성했다. 순 제작비 160억원이 투입된 한국판 블록버스터 '서복'은 지난해 12월 극장 개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3차 대유행,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개봉을 연기해 큰 손해를 입었다. 올해 상반기 극장 개봉을 준비하던 '서복'은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지 않자 고심 끝에 극장 개봉과 함께 자사 OTT 플랫폼인 티빙에서 동시 개봉을 하겠다 선언해 영화계를 뜨겁게 달궜다.

물론 그동안 신작의 OTT 행(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가에 신작들이 개봉을 전면 연기, 갈 곳 없는 신작들이 세계적인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기면서 넷플릭스 공개가 줄을 잇기도 했다. 그 첫 번째 사례가 지난해 4월 공개된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이었고 이후 스릴러 영화 '콜'(이충현 감독), 코미디 영화 '차인표'(김동규 감독), 우주 SF 영화 '승리호'(조성희 감독) 등이 차례로 공개돼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극장에서 공개됐을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손익분기점도 못 채우고 간판을 내려야만 하는 영화들이 OTT에서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알짜 수익을 가져가게 된 것. 이로 인해 2020년은 신작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국내 투자·배급사가 넷플릭스의 손을 잡고자 애를 썼던 한해이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영화계를 독점했고 무섭게 구독자 수를 늘리며 몸집을 키워갔다.

하지만 올해엔 다르다. 토종 OTT 티빙이 '서복'을 획득, 화려한 출사표를 던지면서 넷플릭스도 잔뜩 긴장 태세를 취하게 됐다. 더구나 티빙은 넷플릭스가 고집했던 '극장 개봉 없는 OTT 독점 공개' 방식을 깨고 '극장-OTT 동시 공개'를 선택해 국내 영화계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 블록버스터로는 최초로 극장과 OTT에서 동시에 관람할 수 있게 된 '서복'은 극장과 OTT의 상생을 예고하며 위기의 극장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총제작비 117억원이 투입된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공개될 당시 극장에 최적화된 미장센과 돌비 애트모스의 장점을 전달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는데 '서복'은 이런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완, 블록버스터로서 쾌감을 극장과 안방에서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극장 개봉만으로 손익분기점을 채울 수 없는 상황에서 OTT를 통해 손실을 메꾸며 코로나19 상황 속 블록버스터가 갖는 타격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CJ ENM과 티빙은 '서복'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자사 제작 및 투자·배급 영화뿐만 아니라 타사 투자·배급 신작도 극장과 OTT 동시 개봉을 추진하며 활로를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다만 아직 타사의 신작을 섭외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고 극장과 OTT 동시 공개 또한 자사 극장 체인인 CGV를 제외한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과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티빙의 진화는 분명 국내 영화 시장을 독점했던 넷플릭스에 좋은 경쟁 상대가 된 것은 사실. '서복'으로 물꼬를 튼 티빙이 한국판 넷플릭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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