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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거머쥐며 새 역사를 쓴 윤여정은 1971년도 스크린 데뷔작인 '화녀'를 연출한 김 감독을 수상 소감의 말미, 하이라이트 부분에 언급했다. "나의 첫 번째 영화를 연출한 김기영 감독님. 그는 천재적인 분이었다. 살아계셨다면 기뻐해주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미국 LA총영사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김기영 감독님을 만난건 일종의 '사고'였다"면서 "스물한살 때 그를 처음 만났고 모두가 그를 천재라고 하는데, 당시 나는 이상한 그가 싫었다. 그를 향한 감사함을 50살이 넘어서야 뒤늦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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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인들이 입을 모아 '기인'이라고 말하는 김 감독은 당시 한국 영화에서는 쉽게 다루지 않았던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스토리와 비주얼로 관객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남성성을 강조하던 시대상과 달리 무능하고 주변에 휩쓸리는 남성 캐릭터를 내세우고, 그에 대비해 자신의 욕정과 욕망을 그대로 내보이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1960년작 '하녀'가 그에게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대표적인 작품. 이후 자신의 연출작 '하녀'를 스스로 리메이크 한 '화녀'(1971), '화녀 82'를 내놓는 파격적인 연출을 시도했다. 1972년도 자신의 연출작 '충녀'를 1984년 '육식동물'로 다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하녀'의 두번째 리메이크작 '화녀'가 바로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이었고, 이후 '충녀'까지 함께 했다.
김 감독은 아내와 함께 1998년 명륜동 집 화재 사건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미공개 유작이었던 '죽어도 좋은 경험'의 마지막 장면이 주인공 부부가 화재로 사망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김 감독은 지금까지 보여왔던 행보 만큼이나 더 기이한 죽음으로 기록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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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충무로 거장 박찬욱 감독 역시 늘상 김 감독을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고 표현하며 존경심을 넘어 숭배에 가깝게 표현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미쟝센은 김 감독의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김 감독은 젊은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연출자지만 그의 뛰어난 연출력과 영화적 업적은 이미 해외 유명 영화인들에게는 정평이 나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는 1998년 김기영의 사후 회고전을 열었으며, 2006년 프랑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는 김 감독의 18개 작품을 상영했다. 미국의 대표 거장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는 수차례 김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세계영화제단을 통해 한국영상자료원을 지원, 그의 대표작 '하녀'를 복원해 2008년 칸영화제에서 상영한 바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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