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데뷔 14년차 신예' 류경수(27). 그가 그동안 쌓아왔던 내공을 '인질'을 통해 제대로 터뜨렸다.
'인질'에서 류경수가 연기하는 인물은 오직 돈을 위해 톱배우 황정민을 납치사건에 가담하는 인질범 조직의 2인자 염동훈. 날카롭고 불 같은 성격으로 리더 최기완(김재범)의 오른팔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듯 보이지만, 최기완의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목격하고, 그에게 반항하며 조직의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 낸다. 조직원 중 가장 거칠어 보이지만,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염동훈은 조직원 중 가장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인물로, 류경수의 뛰어난 연기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하는 캐릭터다.
|
'인질'을 향한 관객들에 호평들에 대해서도 "황정민 선배님과 함께 하다보니까 (비교가 될까봐) 어떤 평들이 있을지 걱정도 됐다. 그런데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노력이 헛되진 않았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와 잘 됐다'라는 생각 보다는 부담이 더 컸다. 계속 황정민 선배님과 붙어서 뭘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크더라. 하지만 곧 그러한 부담이 어떻게 하면 더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바뀌었다. 영화 처음 볼 때는 사실 떨려서 잘 못봤다. 이후 한 번 더 혼자 극장에 가서 봤는데 그제서야 제대로 보게 됐다. 시원한 영화인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
극중 일질범의 조직원이면서도 조직의 리더인 최기완과 대립각을 세우는 염동훈이라는 인물에 대해 류경수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염동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염동훈은 굉장히 불 같은 느낌이데 조직의 리더 최기완은 차가운 느낌이다. 하지만 염동훈은 마냥 불 같다기 보다는, 드라이아이스를 만졌을 때 함께 느껴지는 뜨거움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파악했다. 마냥 뜨겁다기 보다 어느 순간 굉장히 차가워진다.반대로 최기완은 평소 굉장히 차갑다가 갑자기 뜨거워지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 최기완과 염동훈의 균형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기완을 연기한 김재범을 비롯한 인질범 조직원을 연기한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묻자 "지방에서 촬영하고 계속 함께 있다보니까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라며 "사실 재범이형 같은 경우는 제가 대학교 들어가서 한참 공연을 보러 다닐 때, 그 때부터 굉장히 유명했다. 재범이 형 같은 경우는 이번 촬영을 계기로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더 좋아졌다. 사람으로서도 존경할 만한 형이다. 그래서 형이랑 나중에 공연을 꼭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극중 대선배인 황정민을 폭행하는 장면이 많아서 황정민을 때리는 신이 하나도 없는 김재범이 부러웠다는 류경수는 "아, 그 부분에서는 재범이 형이 너무 부러웠다. 선배님을 때리는 신을 찍을 때 마다 재범이 형이 생각났다. 그런데 황정민 선배님은 때리는 신 같은 걸 찍을 때 더 제대로 하길 바라셨다. 리얼리티가 중요한 영화니까 제대로 하길 바라셨다. 그래서 마음은 불편했지만 더 과감하게 하게 됐다"고 전했다.
|
이어 "황정민 선배님 만나고 바뀌게 된 게 좀 많다"는 그는 "두 번 고민할 걸 세 번 고민하고 다섯번 고민할 걸 여덟번 고민하게 됐다. 계속 고민하게 되면 더 나은 것, 더 새로운 것이 나오더라. 그걸 선배님을 보고 배웠다. 하루는 촬영 끝나고 선배님과 술을 마셨는데, '오늘 좋았어'라며 '그렇게 고민하면 더 좋은게 나온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에 연기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후배 배우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며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했다는 황정민. 이에 대해 류경수는 "정말 신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대배우인데 저와 함께 장난도 치고 볼링도 친다는게 신기했다. 선배님이 사주셔서 어복쟁반도 처음 먹어봤다.(웃음) 선배님이 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게 먹다가도 쌈을 싸주신다. 남자가 싸주는 쌈은 처음 먹어봤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현장에서는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말도 안된다'라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았다. 특히 산에서 추격신 촬영을 할때 그랬다. 저는 20대이고, 선배님은 50대인데, 산에서 막 뛰시고 제가 막 잡아야 하는데도 도저히 '안되겠다' 싶더라. 진짜 선밴딤은 거의 날라다니는 느낌이었다. 계속 뛰어도 숨찬 느낌이 전혀 없으시더라. 체력적으로 준비가 철저하게 되셨구나 싶더라. 내가 선배님 나이가 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
2007년 데뷔 이후 벌써 데뷔 14년차. 아직도 '신예' 타이틀을 붙는 것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없냐는 질문에 류경수는 "오히려 전 저에게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악담인지 조언인지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너는 오래 걸릴 거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기회가 빨리 찾아온 느낌이다"고 답했다.
|
한편, '인질'은 영국 에딘버러 영화제, 브라질 상파울로 영화제, 스웨덴 스톡홀름 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단편 'Room 211'(200), 부천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에 초청된 '어떤 약속'(2011)을 연출한 필감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극장 상영중.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NEW
▶재테크 잘하려면? 무료로 보는 금전 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