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오랫동안 꿈꿔온 영화 연출의 꿈을 실현한 천명관(58) 감독.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신예 감독으로 도전은 생각보다 녹녹하지 않았다.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누아르 영화 '뜨거운 피'(천명관 감독, 고래픽처스 제작). 첫 연출 데뷔에 나선 천명관 감독이 17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화상 인터뷰에서 '뜨거운 피'를 연출하게 된 계기부터 비하인드 에피소드까지 모두 공개했다.
이러한 '뜨거운 피'를 연출한 천명관 감독은 등단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소설 '고래'로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이라 불린 작가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꿈꾼 연출 데뷔를 '뜨거운 피'로 실현,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천명관 작가는 근래 소설에서 본 적 없는 파격적인 표현력과 자유로운 화법으로 평단과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아온바, 첫 연출작인 '뜨거운 피'를 통해 신예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노련함으로 정통 누아르를 완성했다.
|
동료인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로 연출을 데뷔하게 된 과정에 "김언수 작가가 소설이 출간되기 전 원고를 보여주고 연출을 해달라고 제안했다.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함께 원고도 보고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로 김언수 작가는 부산의 낙후된 지역에서 자랐다. 고향 이야기를 많이 해줬는데 내가 소설화를 제안해 '뜨거운 피'가 나왔다. 김언수 작가도 영화 연출을 결심했을 때 나를 적임자로 선택했다고 하더라. 내겐 뜻밖의 제안이었다. 내 작품은 2016년 발표한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라는 작품으로 연출 데뷔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뜨거운 피' 이야기가 좋았고 재미있어서 연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생각하는 건달의 이야기가 잘 녹아 있었다. 보통 조폭 영화라고 하면 검은 양복을 입고 몰려다니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한 건달 영화를 볼 때면 공허하게 느꼈다. 기존 조폭 영화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유로 많이 싸웠다. 돈으로 벌어지는 이야기가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는 그런 요소가 담겨 있었고 그런 부분에 매료돼 연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또한 부산을 배경으로 한 사투리 대사도 난관이 많았다고. 천명관 감독은 "내가 부산 사람이 아니라 사투리 대사가 정말 힘들더라. 경상도 사투리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잘 아는 부산 출신의 국문과 교수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주변에 경상도 출신이 많아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다. 동료 박민규 작가도 울산 출신인데 그 친구의 통찰력 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며 "감독은 어떤 연기를 배우와 함께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투리 뉘앙스를 몰라 확신이 없었다. 그 점이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 영화의 캐릭터는 배우들이 많이 만든 것 같다. 김갑수 선배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배우가 경상도 출신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어 "정우가 정말 이 작품을 잘하고 싶어 했다. 스스로 고민하고 연습을 많이 했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 가두기도했다. 한번은 너무 가두는 것 같아서 '여유를 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희수의 배경과 성장 과정을 정우와 많이 나눴다. 희수는 내가 만들었다기보다는 실제로 구현하고 캐릭터를 잡아 연기한 것은 정우인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쓴 희수와 정우가 생각한 희수는 차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정우가 생각한 희수가 좀 더 매력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해 존중했다. 정우와 일하게 된 것은 굉장히 성공적인 일인 것 같다"고 자신했다.
|
김언수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뜨거운 피'는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 등이 출연하고 소설가 천명관 작가의 첫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키다리스튜디오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