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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칼부림' '아동성추행' '아내 성희롱'
예능에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최근 예능에서 논란이 됐던 내용이기도 하다. 가족 관찰 예능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흐르면서 범죄에 가까운 내용들이 전파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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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윤종현은 아내 이지연에게 "(친구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더라. 그 얘기 한 것도 기억을 못하더라. 기억 못하고 '얘네 부부가 왜 멀리할까' 싶었다더라"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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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은 파장이 더 컸다. 최근 사회적으로 자주 문제가 되는 아동 성추행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결혼지옥'에서는 혼한 남편이 7세 의붓딸의 엉덩이를 쿡쿡 찌르고, 강제로 끌어안고 만지는 등의 행동을 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아동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남편은 이 행동이 장난이라고 하지만, 시청자들은 명백한 아동 성추행이라며, 해당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고, 의붓딸에게 거절당하는 가엾은 남편에 초점을 둔 제작진을 비판했다. 특히 해당 방송분에 문제 제기하며, 프로그램 폐지 요구도 빗발쳤다.
제작진은 문제 된 장면을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은영도 공식해명을 밝혔고 "프로그램 내부 정비"라는 이유로 2주 간 결방했던 '결혼지옥'은 9일 방송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도 제작진의 자막 사과만 있었을 뿐 오은영이 입장을 밝히진 않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MBN '고딩엄빠'는 사회적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에피소드를 연일 방송하고 있다. 지난 해 5월 등장한 박서현 이택개 부부는 갓 태어난 아기 앞에서 칼부림을 했지만 별일 아니라는 투여서 질타를 받았다.
엄마 박서현 씨는 흉기를 들고 아이 친부 이택개 씨를 협박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박 씨는 폭행과 특수협박 등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아이 친부 이 씨가 지난 달 4일 오전 2시쯤 "아이 친모가 흉기로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며 경찰에 신고해서다. 당시 생후 한 달이 막 지난 딸은 자고 있었고 경찰은 가정 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 따라 박 씨와 딸을 분리 조치했다.
하지만 방송은 박 씨를 옹호하기 바빴다. 방송에서 박 씨는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전문의는 "산후 우울증 상태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진단했다. 또 제작진은 박 씨가 어릴적 가정 폭력을 당했고 이 씨에게 이전에 폭행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칼부림'이 그럴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논란에서 빗겨가기 위해 '이 내용은 아내의 입장입니다'라는 자막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와 성인의 관계를 시트콤으로 미화한다든지 임신한 18세 여자친구 앞에서 폭언을 하고 본드나 부탄가스 흡입해 경찰 체포당하는 '막장'아빠가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같은 문제적 예능들이 계속 전파를 탈 수 있는 이유는 역시 관심도와 시청률 덕분이다. 오은영의 영향력 덕분에 '결혼지옥'은 매회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당결안'은 부부싸움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자극적인 설정을 곁들여 5회가 방송되는 내내 0.3%(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SBS PLUS 프로그램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딩엄빠2'는 2.0%로 시작해 30회에서는 3.3%로 마무리됐다. 시즌3는 2.4%라는 좋은 시청률로 출발했다.
시청률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들은 방송 다음날 관련 기사로 포털 사이트를 장악한다. 더 자극적인 소재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논란은 있지만 '구렁이 담넘어가는' 작전으로 넘긴다. '고딩엄빠'는 문제가 커질 것처럼 보이면 슬그머니 시즌을 종료하고 휴지기를 가진 뒤 새 시즌으로 돌아오는 방식을 취한다. '결혼지옥' 역시 아동 성추행 논란이 커지자 2주 간의 정비기간을 갖고 자막 사과 후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방송을 재개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부부 사이의 자극적인 일을 방송을 통해 시시콜콜 노출하는 것이 옳은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라며 "과도하게 자극적인 소재는 방송의 공영성을 볼 때 지양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정작용이 일어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예능이 참담한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