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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3년간 시상식을 물들인 한국 영화는 올해 외면당했다. 제2의 봉준호, 윤여정은 탄생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아시아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 할리우드 내 '아시아 웨이브'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관통했다.
13일(한국시각)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이 열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1929년부터 아카데미 회원들이 뽑는 상으로 미국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만이 투표권을 가진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미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는 영화 시상식으로 최근 한국 영화와 감독, 한국 배우가 연이어 수상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미 키멜은 이날 아카데미에서 "여러분 모두 안전해야 한다. 또 나 역시 안전해야 한다. 이 극장에 있는 사람들은 쇼가 진행되는 동안 만약 폭력을 행사한다면 90분 동안 발언할 기회를 드리겠다. 만약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폭력이 발생했을 때는 지난해처럼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어라"며 윌 스미스 사건을 언급해 실소를 자아냈다.
또한 "혹시 내 농담을 듣고 화가 나서 내게 오고 싶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화가 난 당신은 양자경을 상대해야 할 것이고 만달로리안과 스파이더맨도 상대를 해야 할 것이다"고 말하며 액션으로 주목 받은 배우들을 더해 웃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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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양자경) 포함 아카데미 11개 부문 최다 후보로 선정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다니엘 콴·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눈부신 약진이 도드라졌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 이민 1세인 에벌린(양자경)이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대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우연히 멀티버스를 경험, 멀티버스 속 많은 자신으로부터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B급 코미디를 표방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온 아시아 이민자를 중심으로 한 영화로 지난해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 극장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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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조연상을 시작으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수상 릴레이는 계속됐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제이미 리 커티스가 여우조연상을, 다니엘 콴·다니엘 샤이너트가 각본상과 감동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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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상 부문 중 가장 기대를 모았던 여우주연상은 이변이 없었다. 가장 유력했던, 떼어 놓은 당상이었던 양자경이 예상대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양자경은 아시아 여성 배우로는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자 흑인 배우 할리 베리 이어 두 번째 유색 인종 여우주연상으로 새로운 기록을 추가했다.
양자경은 "나와 같은 모습으로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상이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바란다. 여성 여러분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라. 이 상을 전 세계 어머니들에게 바치고 싶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오늘 이 자리에 있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고 아이들과 여성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어머니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양자경에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 역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게 돌아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여우주연상, 남·여조연상까지 11개 부문 후보 중 7개 부문을 독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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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엔 이런 한국 영화 신드롬의 주인공으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2)이 국제영화상 바통을 이어 받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종 후보에서 탈락하며 이변을 만들었다. 특히 '헤어질 결심'은 지난해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아쉽게 최종 후보 문턱에서 고베를 마셔 4년 연속 한국 영화 진출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올해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은 넷플릭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드워드 버거 감독)가 차지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