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바람이 불어 조명대가 쓰러져도 욕을 먹었다. 난 항상 타깃이었다."
최고의 '믿보배'이자 시청률 보증수표인 남궁민이 '촬영장 욕받이'로 보냈던 오랜 무명시절을 떠올렸다.
이날 유재석은 남궁민에 대해 "소문난 노력파"라고 소개했다.
평소 대본 책이 새까매질 정도로 열심히 연구하고 습하는 것으로 유명한 남궁민은 "대사는 글로 나와있지 않나. 글을 자꾸만 보다 보면 그 대사가 어떤 페이지 어디 있었는지 저도 모르게 기억이 되더라"라며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해야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연습
|
MC 조세호가 "NG도 잘 안 내실 것 같다"고 하자 남궁민 "안 내는 편"이라면서도 과거 윤여정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받았던 일화를 떠올렸다.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 출연했을 당시, 화내는 신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한 대사만 외웠는데 갑자기 말이 딱 막혔다는 것. "윤여정 선생님이 쿨하시다. '너 대사를 많이 안 외워 와서 그래'라고 하시고는 가셨다"며 "그래서 그다음 일주일 동안 '이 대사만 보는 게 뭔지 보여주겠다. 이래서도 안 되면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눈 감고도 외우고, 밥 먹을 때도 외우고, 죽기 살기로 외웠다"고 말했다.
이후 촬영장에서 대사를 술술 떠올린 남궁민을 본 윤여정은 "그래, 연기 이렇게 해야지"라고 칭찬했다고.
|
올해로 데뷔 24년차에 접어든 베테랑 배우고, 자타공인 알아주는 연기파에 흥행 보증수표지만 남궁민에게도 아픈 시절은 있었다.
열정이 넘쳤던 신인 시절에 대해 "촬영장에서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아도 아픔으로 느껴지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를 테면 바람이 불어서 조명대가 쓰러졌는데 그걸로 욕을 먹었다. 모든 NG의 근원이 나였다. 그땐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이 세 가지 말을 계속했다. 난 항상 타깃이었다"라고 서러웠던 무명시절을 떠올렸다.
이에 유재석은 "'쟤는 그래도 되는 애'가 된 건가"라며 안타까워했고, 남궁민은 "그렇다. 그때 난 열정이 넘치다 보니 그런 것들이 억울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면 욕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궁민은 중앙대 기계공학과 출신. 공대생에서 배우가 된 그는 공채 탤런트에 지원하면서 연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지만 꽤 긴 무명시절을 보내야 했다. 무려 15년만에 데뷔 후 첫 주연을 맡았던 것.
|
한편 대기업에 들어가 안정된 생활을 하기를 바랐다는 부모님의 뜻을 어기게 된 계기와 관련, 남궁민은 "인터넷이 없는 시대라 TV에서 공채 개그맨, 탤런트 모집 제안이 떴다. 그걸 보고 제 안의 저도 모르는 뭔가가 (끓어 올라) 어머니에게 '엄마, 나 이거 한 번 지원해 볼까?'라고 했더니, 엄마가 딱 웃는 거다. '내 아들 내가 잘 아는데 너는 이거 할 사람이 아니다. 탤런트 연예인은 되게 대단한 사람들. 너는 그럼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도 상처를 받았어야 되는데 별 생각 없었다. 어머니가 '그래 그럼 추억 삼아 한 번 해보라'고 해서 여의도에 갔다"며 우연히, 그러나 운명처럼 연예계에 첫발을 내딛게 된 일을 설명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