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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백지영이 북한 공연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났다는 백지영은 "솔직히 좀 무서웠다"며 "처음 딱 봤을 때는 현실감이 없었다. (만날 거라) 상상도 못 했다. 나는 '말 한 번 잘못하면 아오지 탄광 끌려간다'는 얘기를 듣고 자란 세대다. 그래서 잘못 보여서 탄광에 끌려갈까 봐 무서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백지영은 "머리 각이 기억에 남는다. 자를 대고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소매 깃도 어디 하나 흐트러짐 없이 1톤짜리 다리미로 다린 느낌이었다. 되게 칼 같았다"며 김 위원장의 첫인상을 설명했다. 이어 "단체 사진을 찍는데 하필 내 자리가 바로 뒤였다. 딱 서 있는데 사진사가 앞에 사람들 때문에 뒤에 사람들이 안 보일 수 있으니까 자세 좀 낮춰달라고 말하니까 김 위원장이 '나도 1열인데 나보고 무릎을 굽히란 말이오'라고 하는 거다. 진짜 분위기가 싸해졌다. 근데 자기 혼자 웃더라. 농담하는 거였다"며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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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백지영은 호텔에 있을 때도 도청을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고. 그는 "호텔 방에서 혼자 '이 호텔은 왜 이렇게 수건이 없어'라고 말하고 밖에 나갔다 왔는데 쇼파 위에 수건이 쌓여 있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 백지영은 합동 공연 당시 약간의 '기 싸움'이 있었다면서 "남북 합동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하자고 했다. 근데 파트를 나눠야 하는데 기 싸움이 있었다. 누가 맨 앞에 나와서 노래 하고, 후렴은 누가 할 거냐는 기 싸움이 있었다. (북쪽에서) 양보 하는거 같으면서도 '그래도 이 부분은 같이 해야지 남쪽에서 하면 안 되죠'라는 게 있었다. 현송월이 그랬다"고 밝혔다.
이어 가수 출신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에 대해 "나보고 언니라고 했다. 되게 여장부 스타일이고 털털했다. 대화가 꽤 괜찮았다. 공연 끝나고 나서 뒤풀이가 있었는데 술을 잘 마셨다. 그거 안 지려고 내가 이를 악물었다"며 "근데 사실 그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현송월이 나한테 '언니'라고 했던 게 잠깐 생각나고 '떠나지 마라. 보고 싶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나냐'면서 슬퍼하고 부둥켜안고 그랬던 게 생각이 난다"고 전했다.
백지영은 "난 통일만 되면 북쪽에 가서 행사 많이 할 거다"라고 농담하며 "북쪽 공연에 가서 좋았던 건 거기 사는 분들을 만난 게 제일 좋았다. 막상 사람을 만났더니 정도 많았다. 이게 땅만 갈라지고 사람이 갈라지면 안 됐다. 묘하게 통하는 구석들을 발견하니까 마음이 많이 열렸다. 술 취하니까 다 비슷하고, 칭찬해 주니까 좋아하고 보고 싶었다고 하면서 갑자기 말이 통했다. 한민족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supremez@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