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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IMF 체제 이전까지 한국은 높은 교육열과 단결력으로 고속 발전했다. 우후죽순 성장한 인재들은 기업에 진출해 성과를 냈고, 기업은 그 결과 달러를 쓸어 담았다. 기업과 직원은 '가족주의'에 기반해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기업이 임직원 가족을 끝까지 책임지면, 임직원은 기업에 절대 충성했다. 한 번 취업하면 '평생직장'을 보장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IMF 사태를 통해 파고든 신자유주의 문화가 가족주의에 뿌리를 둔 한국문화를 뒤흔들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로 포장됐으나 신자유주의는 돈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철저하게 비용으로 간주하며 무한 경쟁 기반의 승자 독식에 토대를 둔 사상이다. 이런 신자유주의가 주류 사상으로 착근하면서 돈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가속했고, 이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양극화, 신분 세습, 무한 경쟁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는 지배적 사상문화 혁신을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로 97 체제는 의연히 지속했고, 사회적 양극화 등 사회구조적 모순은 계속 심화해 왔다"고 비판한다.
포르체. 376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