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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의 미리 봄] 뜬금 판타지만 눈 감아주세요..'중증외상센터' 의드의 탈을 쓴 '아는 맛' 활극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5-01-22 12:00


[문지연의 미리 봄] 뜬금 판타지만 눈 감아주세요..'중증외상센터' 의드…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이것은 그냥 '의드'가 아니다. 의드의 탈을 쓴 판타지물이자 활극이다. 이도윤 감독 역시 '중증외상센터'에 대해 "히어로물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표현을 했던 만큼, 주지훈이 앞서고 추영우가 따르는 사제지간의 끈끈한 의학 활극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는 24일 공개를 앞두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최태강 극본, 이도윤 연출)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담는 작품. 지난 16일 오전 오프라인 시사를 통해 전체 8회 중 1~4회를 먼저 공개했다.

한국대병원 응급실에 등장한 의문의 의사 백강혁의 존재감이 1회에서 4회를 완전히 장악한다. 주지훈이 연기한 백강혁은 한국대 병원에 갑자기 떨어진 '낙하산'이면서도 무한대학교 출신으로 타 의사들의 눈엣가시가 되는 인물. 중증외상팀을 중증외상센터로 바꾸겠다는 야무진 꿈으로 병원을 휘젓고 다니는 그에 대한 의사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중증외상센터의 존재 가치에 대해 언급하는 이들도 많지만 '환자가 올수록 적자'라는 것은 이미 많은 시청자들도 알고 있는 사실, 이를 바탕으로 백강혁에 대한 압박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절대 굴하지 않는 것이 백강혁의 매력 중 매력이다. 이도윤 감독은 "재수없다"는 다소 거친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믿고 환자를 살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백강혁의 모습이 시원한 사이다의 맛을 주는 것도 확실하다.


[문지연의 미리 봄] 뜬금 판타지만 눈 감아주세요..'중증외상센터' 의드…

[문지연의 미리 봄] 뜬금 판타지만 눈 감아주세요..'중증외상센터' 의드…
기상천외한 수술 실력으로 혼자만 앞서나가는 백강혁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 정도의 재미는 보장하지 못했을 것. 활극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파트너와의 호흡인데, 여기서 양재원을 연기하는 추영우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난다. 백강혁이 택한 '노예 1호'이자 '양항문'이라는 별명을 가진 양재원은 엘리트 펠로우로 손꼽히는 인물. 장학금을 싹쓸이하며 담당교수의 사랑까지 독차지했던 그가 이상한 매력을 가진 의사 백강혁에게 묘하게 끌리고, 머리로는 '가지말라'하는 길을 마음으로 선택하는 것까지도 재미 포인트다. '노예'를 고르는 백강혁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면서 성장해가는 그의 모습도 쾌감을 준다.

인물간의 관계성도 그렇고, 보여지는 화면들도 만화 그 자체다. 수술이 아니라 액션에 가깝고, "실제로 가능한 수술인가?"를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들도 다수 등장한다. 일부 도를 넘어서는 상상신이나 백강혁의 능력치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액션 등은 다소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장면들을 눈을 딱 감고 넘기면 확실한 재미가 찾아온다. '아는 맛'으로 설명되는 사제지간의 담백한 정이나 파트너로서의 호흡은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성장극 속 그것과 닮아있고, 주말에 익히 TV에서 보던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세계적인 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고, 오히려 지상파 방송에서 익히 보던 스타일의 드라마인데, 이것이 또 별미로 다가온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의미다.


[문지연의 미리 봄] 뜬금 판타지만 눈 감아주세요..'중증외상센터' 의드…
'옥씨부인전'으로 주가를 올린 추영우의 연기는 '중증외상센터'에서 더 빛이 난다. 열정 하나로 성장하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하지 않은 코믹으로 줄을 타는 것도 수준급이다. 여기에 스승으로 등장하는 주지훈 역시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드디어 입었다. 자신만만한 태도로 등장해 대사를 가볍게 치지만, 그 안에 묵직한 의미를 담는 것이 바로 주지훈의 특기. '주지훈은 이런 걸 해야 해'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유다.


[문지연의 미리 봄] 뜬금 판타지만 눈 감아주세요..'중증외상센터' 의드…
현재 의료 파업의 장기화로 예비 시청자들의 분위기는 곱지 않다. 해를 넘긴 의료 공백에 시민들의 불편함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의학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차가운 시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tvN이 편성을 예고했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지난해를 넘겨 올해까지도 공개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 공개되는 '중증외상센터'이기에 이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다. 이도윤 감독은 "어려운 질문이지만, 어느 정도 현실과의 관련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이 땅에 발을 디딘 의사들의 고군분투만을 다루는 이야기라면 고심이었겠지만, 이 작품은 시기라든가 이런 지점이 모호한 작품이다. 2025년 지금은 전국적으로 중증외상센터가 활성화돼있는 시기인데, 저희 작품에서는 정확히 '몇 년도'라고 찍고 넘어가지 않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캐릭터성도 만화적인 이야기로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를 지금의 현실에 대입하기보다는 조금 더 판타지스러운 히어로물로서 시원한 이야기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현재의 의료 파업과는 거리감을 뒀지만, '중증외상센터'에는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사도 등장한다. '의드 전멸' 기간에 등장한 '중증외상센터'가 메시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을지도 관전포인트다. 오는 24일 넷플릭스 공개.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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