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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전통가요를 향한 '예순여섯 순정'이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지 꼬박 66년, 이미자가 전통가요 맥을 이을 후배들과 함께 '마지막' 무대를 준비한다.
이미자는 4월 26일, 27일 양일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맥(脈)을 이음'을 연다. 이번 공연은 이미자가 전통가요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담아 준비한 무대로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줄 후배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미자는 "노래한 지 66년 되는 해인데, 가장 행복한 해다. 든든한 후배들을 모시고, 제가 고집하는 전통 가요 맥을 이을 수 있고, 물려줄 수 있는 것을 발표할 수 있어 행복하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이번 공연을 여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으로 66년 가수 인생을 함께해온 이미자의 명곡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을 통해, 대중과 울고 웃었던 지난 66년의 세월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제가 항상 무대에 설 때마다, 우리 전통가요 뿌리를 잊지 않아야 하고, 이어갈 수 있고, 사라지지 않게 하는 연구를 많이 해왔다. 그런데 그것을 거의 포기하는 상태였는데, 이런 공연을 마련해 주셨다. 든든한 후배를 골라서, 전통가요 맥을 대물림해 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기에, 이것이 이루어졌구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분들이 자식을 배움터에 보내고, 먹여 살리기 위해, 월남으로 독일로 다니시면서 애쓰셨다. 그 고통의 노래로 울고 웃고, 위로하고 위로받았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전통가요는 시대 흐름을 대변해 주는 노래라 자부한다. 그 노래들이 사라지는 게 너무 안타까워 많이 힘들었다. 질낮은 노래라고 생각하면서, 소외 받은 기억도 있다. 어려운 시절의 노래들이 잊혀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무대에 설 때마다 '이 노래는 이렇게 불러주시고, 이렇게 들어달라'는 생각을 했다. 무대에 설 수 있는 한, 그때까지는 계속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거의 포기하고 '나는 더이상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생각을 했을 때, 이 공연 얘기가 됐다. 기꺼이 감사함으로 후배들에게 이 노래 맥을 잇게 하고 내 공연을 끝낸다는 생각에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은퇴라는 단어가 좋지 않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이 공연은 이제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또 이 사람들이 또 그 다음 사람들에게 물려주길 바란다는 부탁과 함께 끝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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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래서 분명코 공연은 마지막이다. 레코딩도 안 할 것이다. 마지막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그러나 단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전통가요 맥을 잇겠다는 뜻에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방송이나 신문 등 내가 조언해 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거나, 좋은 일을 해야 하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 단은 내리지 않는다. 콘서트나 레코딩은 마지막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말씀드린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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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제가 부르는 장르는 다른 분야 부르는 사람보다 음폭이 넓다. 전통 트로트 가요를 부르는 사람은 발라드도 어떤 장르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바꿔볼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주변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세월이 흘렀다. 위문 공연을 갔을 때 제 노래를 들으시면서 환영해 주시는 것을 보고 긍지를 느꼈다. 그러면서 세월이 흐른 것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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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요와 트로트를 구분하기도 했다. 이미자는 "트로트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린다. '트로트 여왕'보다는 '전통가요를 부르는 가수' 이미자라고 불러주는 것이 듣기 좋다. 우리가 어렵고 힘들었을 때 듣고 불렀던 노래들이 전통가요라 말씀드릴 수 있다. 그분들 노고에 힘입어 우리는 잘 살고 있기 때문에, 템포가 빨라졌고, 즐거운 노래가 많아지고, 그러면서 트로트라는 말이 생겨지고, 지금 경연대회로 인해 트로트 붐이 일어난 것 같다. 제 세대에서는 그 분별이 있지만, 지금 와서는 분별한다는 것은 번거로울 것 같다. 전통가요로 있었으면 좋겠지만, 전통 트로트로 붙여주면 되겠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미자가 활동한 당시에 애환이 있었던 만큼, 지금 시대에도 청년층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제 노래는 지금 청년들이 들으면 졸린다고 그럴 것 같다. 그 시대 노래기 때문이다. 발전돼서 청년들 귀에 들어올 수 있는 노래가 현존에 있는 트로트라 생각한다. 지금 간담회가 학술적으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노래밖에 모른다. 학술적으로 말씀드릴 것은 별로 없다. 후배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정석으로 박자를 맞춰서, 노래에는 가사 전달이 정확해야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 가사전달에 있어 기쁨도 슬픔도 있다. 그것이 전통가요 맥이라 생각한다. 그걸 물려줄 수 있는 후배가 있어서 이제 여한이 없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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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이날 간담회에는 해당 공연에 함께하는 주현미, 조항조도 특별히 참석했다. 주현미는 "선배님보다 한참 후에 데뷔했다. 1세대 선배께서 전통가요를 이어야겠다고 하셨는데, 저와 조항조씨를 선택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더욱더 노래하는 전통가요 장르 의미가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대중음악, 특히 트로트라는 장르에서 쭉 역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자리인 것 같다. 이 무대 멋지게 참여해서 꾸며볼 생각이다"고 했고, 조항조는 "선배님께서 맥을 이을 수 있는 후배로 저를 선택해 주셨는데, 자격이 있을가 생각했다. 선배님이 물려주실 뿌리 깊은 전통 가요 맥을 잇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미자는 두 사람을 선택한 이유로 "이 두 사람 외에 다른 두 사람도 생각하고 있다. 지금 트로트 경연 대회가 많이 있다. '미스터트롯'이 시즌3까지 하고 있다. '미스트롯'도 시즌3가 끝났다. 진을 이번 공연에 출연시키려 한다. '미스터트롯' 시즌3 진을 누가 될 지 모르겠지만 그 분과 '미스트롯3'의 정서주 씨를 초대할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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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는 "세계화라고 해서 K팝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전통가요 장르가 굳이 세계화가 돼야 하는지 생각한다. 정보화가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인데, 어느 계기로 노출이 됐을 때 우리만의 색깔을 제대로 갖고 있다면, 그걸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소비될 것 같다. 우리 고유의 정서를 잘 가지고 운영을 한다면, 원하는 소비층에 선택되지 않을까 싶다. 선배님 말씀처럼 맥을 이어 보존해야 하는 대중문화 장르라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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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요즘에는 다 풍요롭고 세상이 편해져서, 심하게 말하면 그 구질구질한 정서를 알아야 하냐고 하는데, 역사는 알아야 하고, 그걸 반추해서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선배님들이 남겨놓은 노래는 아직 소비가 된다. 오리지널로 복원하다기 보다는 그 노래가 있었던 시대를 잊지 않고 이어갔으면 한다"며 전통가요가 보존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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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맥(脈)을 이음'은 오는 3월 6일(목) 오후 2시 티켓링크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를 통해 티켓 예매를 진행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