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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난 탓에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몇 푼이라도 기부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그는 지적한다. 신간 '빈곤 해방'(21세기북스)에서다.
책에 따르면 국민총소득 대비 원조 비율이 1%를 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튀르키예(1.1%)와 스웨덴(1.04%)뿐이다. 유엔이 목표로 한 0.7%에 이르지 못하는 국가들이 대부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도 0.38%에 지나지 않는다. 죽기 전에 자기 재산의 99%를 기부하기로 한 워런 버핏, 지금까지 500억 달러(약 71조4천억원)를 기부한 빌 게이츠 등이 있지만 부자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하는 것도 불충분하다. 일반 미국인들의 기부 참여율은 61%로, 미얀마(88%)에 견줘보면 그리 높지 않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2019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극빈 기준인 하루 1.9달러(약 2천712원) 이하로 살아가는 이들은 전 세계에서 7억3천600만명에 달한다. 2017년 기준 연간 540만명의 아이가 다섯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마실 물이 없어서, 하수 정화시설이 없어서, 병에 걸려서다. 그 근본적 원인은 대개 가난이다.
한편에선 돈이 없어 죽어 나가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돈이 너무 많아 환경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아부다비의 한 부호는 36명을 태울 수 있는 초호화 요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요트의 가격은 4억달러(약 5천711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엄청난 양의 경유를 사용해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킨다. 요트를 가득 채우는데 100만ℓ 경유가 사용되는데, 이는 소형차 2만대, 민간 여객기 5대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이와 비슷한 요트나 전용 비행기, 고급 자동차 등을 보유한 부자들의 수는 상당하다. 세계 상위 1%에 해당하는 이들은 세계 부의 45%를 거머쥐고 있고, 상위 10% 부자들이 지닌 부의 총합은 전체의 84%에 달한다.
저자는 이런 부자들이 빈자들을 위해 기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 평범한 사람들도 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선행 널리 알리기, 수입의 일부를 내놓는 것을 골자로 한 기부 서약하기, 기부자와 수혜자를 연결하기, 소셜미디어 활용하기 등 다양한 기부 방안을 제시한다.
싱어는 "부유한 나라에 사는 우리가 소비를 약간만 줄여도 생명을 살려낼 수 있다"며 그런 생명에는 불필요한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그보다 못한 삶을 살지도 모를 노인들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함규진 옮김. 344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