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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구역 통일신라∼조선시대 유구 9·유물 12점, 시대미상 암각화도 발견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선사시대 유물이 발견된 대구 달성군 죽곡산 일대 도로공사가 재개된 가운데 지역 환경단체가 반발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대구 달성군 죽곡산 도로공사 현장.
산에는 도로가 놓일 구간을 따라 이미 흙길이 나 있었고, 굴착기 2대가 쉴 새 없이 단단한 지면을 파내고 있었다.
이 공사는 지난 2023년 11월 처음 시작됐다. 총사업비 55억 5천만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해당 도로공사는 지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공사 시작 한 달여만인 2023년 12월 중단됐다가 지난 4월 재개됐다.
달성군은 이곳에 강정마을과 죽곡2지구를 잇는 488m 길이의 2차로 도로를 내년 2월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지표조사에선 해당 구역에 삼국시대 고분 유적과 죽곡산 바위 암각이 발견됐다.
이에 달성군은 지난해 2∼9월, 대경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시·발굴조사를 진행했으며 통일신라∼조선시대 유구 9기와 유물 12점을 발견했다.
군은 발견된 죽곡산 암각화는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으로 옮겼다. 나머지 유물 등은 대구박물관 등으로 이송했다.
계명대 행소박물관 관계자는 "바위에 새겨진 구멍이 언제 생겼는지 정확한 연대 측정은 되지 않으나, 해당 양식이 청동기 유적에서 많이 보이는 모습과 비슷해, 선사시대에 새겨졌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달성군 관계자는 "문화재 조사를 할 때 공사를 하는 전 구간에 대해 시굴 조사를 했다"며 "유물이 나올 여지가 있는 곳은 모든 흙을 들어내서 조사했고, 추가적인 유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공사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 유물이 나온 것은 맞지만, 선사시대 때 것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며 "국가유산청은 암각석에 대해 시대 미상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죽곡2리 주민이 한영순(78)씨는 "(강정)보가 들어온 후로 방문객이 늘어나며, 마을로 들어오는 유일한 2차로 도로가 병목현상으로 인해 많이 막혀 불편했다"며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이 하나 늘어나면 차량 정체가 많이 해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의 판단은 달랐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달성군이 실시한 지표조사와 정밀 발굴조사는 도로공사가 예정된 구간에서만 실시한 결과로, 이 일대를 전수조사하면 선조들의 생생한 삶의 역사가 고스란히 나타날 수 있는 중요한 입지"라며 "이곳에 도로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선사 혹은 역사공원으로 조성해 길이 보전해야 할 귀한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도로 건설 대신 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의 '두물머리 죽곡산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죽곡산 현장 조사 보고서에서 "도로공사 구간에서는 역사 시대상을 반영하는 토기 파편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고, 선사시대 지표면에 드러난 유물과 유적은 크게 훼손됐다"며 "이는 중장비로 시작한 발굴 과정 때문이며,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고, 고대 선사 유적에 대한 현지 보존을 철저히 하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i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