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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의 의미…원작자 박천휴 작가 "한번도 상 목표로 한 적 없어"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5-06-12 10:36 | 최종수정 2025-06-12 15:38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의 의미…원작자 박천휴 작가 "한번도 상…
사진=어쩌면 해피엔딩 SNS

말 그대로 '쾌거'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지난 9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대런 크리스), 각본상, 연출상, 음악상(작곡·작사), 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 상을 수상했다.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만들어낸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서울에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 사랑을 느끼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6년 국내 초연 후 지난해 11월 1000석 규모의 미국 뉴욕 맨하탄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하며, 국내 뮤지컬 업계를 흥분 시킨 바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의 의미…원작자 박천휴 작가 "한번도 상…
작곡가 윌 애런슨, 박천휴 작가, 프로덕션 매니저 저스틴 스크리브너(왼쪽부터). 사진=박천휴 작가 SNS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의 의미…원작자 박천휴 작가 "한번도 상…
박천휴 작가(왼쪽)와 윌 애런슨 작곡가. 사진=박천휴 작가 SNS
이 작품의 대본과 작사, 번역까지 책임졌던 박천휴 작가는 토니상 시상식 후 감상을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남기기도 했다. 그는 "한 번도 상을 목표로 한 적은 없다. 뮤지컬을 만든다는 건, 작가로서 아주 긴 시간 동안 혼자-물론 다행히도 나에겐 윌이라는 굉장히 훌륭한 동업자가 있지만-외롭게 종이 위에 세상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지난한 작업을 마치고 나면, 마치 행성들이 일렬로 마주치는 희박한 기회를 기다리듯, 또 아주 긴 시간의 제작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그 긴 시간을 견디게 하는 건 '나중에 받게 될지도 모를' 상 같은 게 아니다. 그저 이 이야기와 음악을 쓰고 싶다는 충동, 그걸 꼭 무대 위에 구현하고 싶다는 의지, 그런 것들이다. 만약 좀 더 빨리, 좀 더 쉽게 성공을 가져다줄 무언가를 원한다면, 분명 이 일은 어울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작가는 "토니어워즈를 비롯해 이번 '어워즈 시즌'을 나름 열심히 즐길 수 있었던 건, 나와 윌 외에도 오랜 시간 동안-그리고 지금도 매일-이 공연을 위해 일해 온 많은 분들 덕분이다. 나와 윌의 수상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고, 오히려 더 뿌듯해하는 그분들의 모습. 그 행복해하는 얼굴들을 보며, 내 마음이 조용히, 깊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며 "어제 시상식 이후로 정말 많은 메시지를 받았고, 놀랍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꽤 오래 공연을 만들어 왔지만, 동시에 아직 고작 이 정도밖에 터득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칭찬을 받아 버렸으니, 이제 기대가 훨씬 더 클 텐데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하지만 뭐 어쩌겠나. 그저 하던 대로 해야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괜히 멋부리지 말고, 진심을 다해 꾹꾹 눌러 적어봐야지. 그리고 부디,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바라야한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저 하던 대로. 대신, 좀 더 열심히"라고 소감을 담담히 써내려갔다.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의 의미…원작자 박천휴 작가 "한번도 상…
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의 의미…원작자 박천휴 작가 "한번도 상…
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의 의미…원작자 박천휴 작가 "한번도 상…
사진=NHN링크
2020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공연되며 해외 공연의 포문을 연 '어쩌면 해피엔딩'은 2024년 유명 뮤지컬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의 눈에 띄어 브로드웨이 공연 계약을 맺었다. 특히 한국 감성을 그대로 브로드웨이판 무대에도 담아 눈길을 끌었다. 한국적인 배경과 서사, 한국어 문구까지 그대로 무대에 올려졌다. 400석 미만 3인극에서 1000석 규모의 4인극으로 커졌고 올리버와 클레어의 공간이 각각 만들어지는 변화는 있었지만 반딧불이와 화분의 서사는 그대로 차용됐다. 특히 화분은 한국어를 그대로 음차한 'Hwaboon'으로 등장해 제작진이 얼마나 한국적 감성에 관심을 가졌는지가 드러났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시상식에서 압도적인 결과를 낳았다. '드라마리그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했고 '외부비평가협회상'에서 최우수 신작 브로드웨이 뮤지컬상을 포함한 4개 부문을 석권해다.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는 최우수 뮤지컬상을 포함한 6개 부문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최고 권위의 토니상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놓게 됐다.

수상 직후 이재명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이러한 성과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흘린 땀과 열정, 그리고 창의적인 도전의 결실이다. 우리 고유의 정서와 가치, 그리고 인간의 깊은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내어 국경을 넘은 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라며 "행복하다"고 표현했다. 이것이 곧 우리 모두의 마음과 같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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