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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살리는 야생…신간 '자연 그대로의 자연'

기사입력 2025-06-17 07:57

[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현대 과학자들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기적적인 균형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고 말한다. 과학 기술로도 재현할 수 없는 복잡하고 정교한 생태계 속에서 모든 생명체는 얽히고설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해양 생태학자이자 내셔널지오그래픽 상주 탐험가인 엔리크 살라는 신간 '자연 그대로의 자연'(열린책들)에서 야생을 보호하는 일이 도덕적 책임을 넘어 경제적으로도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연 생태계의 작동 원리, 인간의 영향력,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과학적 근거와 생생한 사례로 풀어내며 자신의 주장을 설득한다. 특히 1991년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서 진행된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 실험을 예로 들어 지구 생태계의 복잡성과 섬세함, 인간의 통제 불가능성을 역설한다.

인간이 지구 밖 행성에 자급자족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 이 실험은 산소 부족과 생물 종 멸종, 먹이망 붕괴로 인해 실패로 끝났다. 저자는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이 지구라는 복잡하고 정교한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것은 기적적인 일임이 확인됐다고 강조한다.

책은 구체적인 야생 보호 실천 전략도 제시한다. 수산물 조업을 전면 금지한 뒤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해양 보호 구역 지정'과 생태계가 스스로 자율성을 되찾도록 돕는 '재야생화'(rewilding)를 핵심 전략으로 소개한다. 저자는 1990년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늑대를 복원해 사슴 개체 수를 조절하고, 하천과 숲, 생물군집 전체를 회복시킨 사례를 거론하면서 자연의 자기 회복 능력과 인간의 조력 가능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또 생태계 보전이 천문학적인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고도 주장한다. 예를 들어 어획이 금지된 해역은 몇 년 내 인접 지역의 수산 자원을 증가시키고, 습지와 맹그로브 숲은 천연 방재 장치로 작동해 인공 시설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홍수와 해일 피해를 막는다. 또 열대우림과 연안 생태계는 탄소 흡수원으로서 수조 달러에 달하는 기후 위기 대응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제시한다.

인간을 생태계 구조를 설계하고 재편하며 대규모로 변형시킬 수 있는 '초핵심종'으로 규정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농업, 산업, 도시화 등으로 자연을 설계하고 재편하는 인간의 힘은 강력하지만, 그만큼 커다란 책임이 동반된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자연의 소비자가 아니라 그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윤리적 전환이 절실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hyu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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