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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혜 "전쟁과 양극화 시대, 예술은 더 절실해진다"

기사입력 2025-06-17 14:21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톨스토이문학상(해외문학 부문) 수상자인 김주혜 작가가 17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 바이 파르나스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신작 '밤새들의 도시'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6.17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톨스토이문학상(해외문학 부문) 수상자인 김주혜 작가가 17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 바이 파르나스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신작 '밤새들의 도시'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6.17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톨스토이문학상(해외문학 부문) 수상자인 김주혜 작가가 17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 바이 파르나스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신작 '밤새들의 도시'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6.17 ryousanta@yna.co.kr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 후 첫 소설 '밤새들의 도시' 출간

"한국어는 문학적 언어…영어로 쓰지만 내 정체성은 한국 작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진정한 예술은 사치를 누리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모든 생물이나 타인에게 마음을 열도록 하죠. 아름다움을 겪고 나면 그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어지니까요. 그래서 예술은 전쟁과 양극화의 시대인 지금 더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해외문학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는 17일 나인트리 바이 파르나스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을 만나 위기의 시대일수록 더 예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혜는 "김지하 시인의 생애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그 시대를 살던 분들은 자기 믿음 때문에 감옥살이를 할 만큼 사명을 다하셨는데, 21세기 인류가 여러 문제에 당면한 것을 보고도 소설이나 쓰고 책 홍보나 하고 있어도 되는 걸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김주혜는 몇개월 전 영국 런던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말러의 교향곡을 듣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크게 감동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형광등 안에 갇힌 파리를 보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엾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저는 천상의 음악을 듣고 감동받는 사치를 다 누릴 수 있었는데, 저 파리는 파리로 태어난 것도 부족해서 유리 안에 갇혀서 사는구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그는 "진정한 예술은 결국 사랑과 인간애를 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은 김주혜는 최근 새 장편소설 '밤새들의 도시'를 펴냈다.

'밤새들의 도시'는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 나탈리아가 어린 시절 꿈을 키웠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 예술가가 최고의 자리를 열망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치열한 과정이 그려졌다.

김주혜는 "저는 아홉 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고, 무용이 언제나 큰 열정을 줬다"며 "'작은 땅의 야수들' 출간 계약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출판사 편집자가 어떤 차기작을 쓸지 물어봤을 때 발레에 관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아홉 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김주혜는 유창한 한국어로 통역 없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밤새들의 도시' 한국어 번역본도 직접 읽고 일부 표현을 다듬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어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해서 촉감을 잘 살릴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이번 소설에 불꽃이 '훨훨' 탄다는 표현을 넣었는데 '훨훨'은 독특하게도 불과 새, 춤을 모두 묘사할 수 있는 단어라 이 책의 중요한 테마와 모두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영어로 작품을 쓰고 있지만 김주혜는 자신을 '한국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단 한 번도 저를 한국계 미국인 작가라 생각한 적이 없고 한국인 소설가라고만 생각했다"며 "어린 시절부터 미국 문학에서 제게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을 찾지 못했는데, 한국의 시인, 소설가, 지성인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했다"고 돌아봤다.

또 "미국 예술가들은 사회 문제에 한국 작가들만큼 관심이 있진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건 피나 DNA에 새겨져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주혜는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영어는 논리적으로 순서가 진행되기 때문에 긴 문장도 잘 이어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반면 한국어의 첫 번째 장점은 아마도 철학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어는 어떤 사물에든 인간성과 따뜻함을 부여하는 연민이 가득한 언어"라며 "한국어는 메타포(은유)적 성질이 강하고, 굉장히 문학적 언어"라고 설명했다.

jae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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