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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스님 "빵이 목숨보다 중요한 현실…어떤 죽음은 너무 부당"

기사입력 2025-06-22 14:53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22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조계종 평등세상을 위한 사회적 약자 초청 특별법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진우 스님 오는 23일 총무원장 취임 1천일을 맞는다. 2025.6.22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22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조계종 평등세상을 위한 사회적 약자 초청 특별법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진우 스님 오는 23일 총무원장 취임 1천일을 맞는다. 2025.6.22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2024년 8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남권물류단지에서 직원들이 택배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2025년 4월 3일 오후 경기 양주시의 가연재활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을 휠체어에 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2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조계종 평등세상을 위한 사회적 약자 초청 특별법회에 참석한 스님과 신도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2025.6.22 ondol@yna.co.kr

"빵 한 조각 생산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해진 현실, 이윤이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시대 속에서 비정규직과 하청노동자들은 오늘도 철탑 위에 몸을 맡기고, 하늘을 향해 마지막 호소를 외치고 있습니다."

22일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봉은사 법왕루에 말없이 고통받는 이들을 돌아보라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법문이 울려 퍼졌다.

진우스님은 이날 봉은사에서 연 '평등세상을 위한 사회적 약자 초청 특별법회'에서 제주항공 참사, 태안화력발전소 작업자 사망, 제빵 공장 노동자 사망 등 참사와 산업재해를 거론하며 "어떤 죽음은 너무도 부당하고, 어떤 생명은 너무도 쉽게 버려지고 있다"고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세태가 낳은 문제를 지적했다.

법회는 전세 사기 피해자, 청소노동자, 콜센터노동자, 요양보호사, 세월호·제주항공 참사 유족, 아리셀 전지공장 화재 사망자 유족, 태안화력발전소 사망 노동자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씨, 쪽방촌 활동가, 이주 노동자, 고공 농성 노동자, 성소수자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등 사회적 약자나 이들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 40명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23일이면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 지 1천일이 되는 진우스님은 현대인의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노동자들의 힘든 처지를 외면하지 말라고 사부대중을 일깨웠다.

"돌봄 노동자, 이주노동자, 감정노동자, 택배 노동자, 플랫폼 배달 기사…이들은 새로운 시대를 떠받치고 있는 필수 노동자들이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도 열악한 조건 속에 내몰려 있습니다."

그는 또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 치매 부모를 돌보며 생계와 삶의 무게를 동시에 짊어진 가족들, 전세 사기로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은 청년들, 이들은 결코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지금 여기 함께 숨 쉬는 '우리'"라고 강조했다.

진우스님은 아울러 "불교는 생명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종교"라며 "혐오와 차별의 칼끝이 가장 잔인하게 향하고 있는 성소수자들도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우스님은 "우리가 함께 나눈 이 법문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등불 하나 되어 고요한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발원하고서 봉은사가 단순한 번영의 상징이 아닌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자비의 터전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봉은사 측은 이주노동자 치료를 위한 기금 500만원을 기부했다.

이날 법회에서는 불교 성소수자 모임 '불반'의 대표 참석자가 "우리 모두는 이름만 다를 뿐 서로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하는 한 몸 한 생명 같은 소중한 인연"이라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빈곤과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 상생과 공존으로 행복한 공동체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의 평등 세상을 위한 발원문을 낭독했다.

진우스님은 법회에 초청한 사회적 약자 등과 오찬을 함께 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청취했다.

sewonle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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