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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오징어 게임3' 황동혁 감독이 "시즌4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 과정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평들도 존재하지만,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대장정을 마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황 감독은 "글을 쓰기 시작한 뒤 이 순간까지 만 6년이 흘렀는데, 시즌1 때에는 큰 기대감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너무 큰 성공을 거뒀고, 시즌2와 시즌3를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기대감이 있었기에 부담도 컸다. 어쨌든 다 끝냈으니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서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고, 언제 또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을 하겠나 싶어서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공개 이후 혹평과 호평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는 '오징어 게임3'다. 기대감이 컸기에 실망이 크다는 반응도 다수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좋아하는 분들도, 불만을 표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이해가 된다. 시즌1은 기대가 없이 시청했기에 충격도 컸고 신선함도 있고, 게임의 흥미를 기대한 분께는 그걸 만족시켜드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원한 분들도 만족시켜서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대감이 형상이 됐었고, 원하는 것들이 다르다 보니 상반된 반응이 있는 것 같다. 어떤 것이 나와도 충족된 분들과 배반된 분들 사이의 상반된 반응이 있어서 호든 불호든 이해가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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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황 감독은 "이 작품 자체는 히어로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프론트맨이 마지막에 비웃잖나. 영웅놀이는 재미있었냐고. 그런 한 사람의 영웅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히어로물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기훈은 히어로가 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영웅적인 상황은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우직하게 모든 걸 던져서라도 아이를 게임장 안에서 살리려고 하는 모습이 영웅적 행동이 아닌가 싶다. 한 두 명의 정치 지도자가 세상을 구할 수 없듯이, 결국에는 다수의 일반 사람들, 보통 사람들, 보통 이하의 사람들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노력과 행동을 상징하는 인물이기에 답답하지만 그런 인물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중간 중간 대본의 수정도 들어갔다. 황 감독은 1년의 촬영기간 동안에 촬영과 대본 수정을 동시에 하면서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2와 시즌3를 찍으며 너무 힘들었다. 긴 여정이었다. 그리고 찍으면서도 계속 대본을 조금씩 고쳤다. 워낙에 긴 이야기였고, 많은 캐릭터가 나오다 보니까 그 전에 완성한 대본의 불충분함과 불완전함이 보이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보여지는 영감이 있어서 조금씩 캐릭터를 보완하다 보니까 찍으면서도 대본을 계속 썼다. 촬영을 하고 돌아가서 쉬는 게 아니라 대본을 고쳐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져서 뒤로 갈수록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에 부치는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동혁 감독은 인터뷰 내내 "성기훈이 없는 더 이상의 '오징어 게임'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즌4에 대한 생각까지 완벽하게 버린 모양새. 이 상황에서 '오징어 게임3'의 후반부에는 미국을 배경으로 케이트 블란쳇이 딱지녀로 등장, 미국에서 게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에 황 감독에게 미국판 스핀오프 가능성을 묻자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옛날에 성기훈이 살아서 미국에 갔다면, 그 엔딩에서도 미국에서 다른 리쿠르터를 보는 엔딩을 생각했었다. 그랬다면 더 이야기가 이어질 여지가 있었겠지만, 성기훈이 죽음으로써 엔딩을 만들었을 때에는 엔딩이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한 사람의 노력과 희생으로 한국의 게임은 종결됐지만, 이 시스템은 너무 공고한 것이기에 쉽게 모든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그 정도의 상징적 의미라 생각하고 그 장면을 만든 것이다. 그걸 연결해서 미국판을 하거나 연결을 시키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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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프론트맨의 탄생 이유를 알리는 스핀오프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열어뒀다. '오징어 게임'의 시즌3에는 짧은 분량이지만, 이병헌이 연기한 프론트맨의 과거 게임 모습이 담기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스핀오프편 제작을 해달라는 요청도 쇄도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그냥 만들어놓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전달했기에 뒤를 이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고, 다른 톤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최이사(전석호)가 박선장(오달수)의 집을 뒤지는데 벽에 낚시 사진이 붙어 있다. 거기에는 딱지남(공유)과의 사진도 있고, 지나다 보면 인호(이병헌)과의 사진도 있다. 제가 살짝 숨겨둔 것이다. 이 사진은 어디에서 어떻게 찍었을지. 그런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메시지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언제 하겠다는 생각을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막연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혀 기대를 높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