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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우려는 기우가 됐다. '확신의 김독자'상이었던 배우 안효섭(30)이 첫 스크린 데뷔작을 성공적으로 꺼내들었다.
액션 판타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김병우 감독, 리얼라이즈픽쳐스 제작)에서 10년 넘게 연재된 소설의 유일한 독자 김독자를 연기한 안효섭. 그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전지적 독자 시점'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에 쏟은 열정을 고백했다.
특히 '전지적 독자 시점'의 전반을 이끈 주인공 김독자 역의 안효섭은 첫 스크린 주연작임에도 안정적인 연기와 공들인 액션 연기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효섭은 현실이 되어버린 소설 속 세계에서 스스로를 증명해 가는 김독자의 깊은 눈빛과 밀도 있는 감정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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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제작비 300억원(손익분기점 600만명)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전지적 독자 시점'의 타이틀롤을 맡은 안효섭은 개봉을 앞두고 두려움 보다 설렘이 크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설렌다. 큰 IP고 대작이라고 해서 부담되고 망설여진 것도 사실이지만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크기와 스케일을 생각하기 보다는 나만의 김독자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영광스럽게도 평소 좋아했던 감독,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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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작품의 김독자를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보편성이다. 어느 무리에 섞여 있어도, 제일 일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을 만들려고 했다. 처음에는 내가 키도 크다 보니 '오히려 김독자와 어긋날 수 있겠다'란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게 선입견이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다. 김독자는 멸망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공존해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선입견을 버리려고 했다. 내 노력은 최대한 무(無)맛의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었다. 특별함이 없어보이길 바랐다"며 "그래서 신경을 안 쓰려고 했고, 신경을 안 쓴 부분이 또 나름대로 신경을 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촬영 들어갈 때는 거울도 안 보고 들어갔다. 의상팀, 분장팀 해준 그대로 촬영에 들어갔다.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잊고 촬영에 들어갔고 그게 김독자를 만드는 내 최선의 노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촬영을 하면서도 '이게 지금 김독자 같은가?' '이건 너무 주인공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라고 질문하며 세세하게 작업하려고 했다. 워낙 콘티가 정확하기도 했고 콘티에 나온 그대로 찍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세세한 작업을 맞추는 시행착오가 있기도 했다. 내가 더 뛰고 싶어도 다리가 마음대로 안 되는 순간도 있었고 모든 배우들이 조금씩 다치기도 했다. 중간중간 김병우 감독과 작품을 향한 마찰도 있었다. 캐릭터에 대한 건강한 마찰이었다. 이런 모든 과정이 내겐 시행착오로 느껴졌고 그 모든 과정이 김독자의 눈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신대로 써 내려간 김독자 때문에 원작 속 김독자와 다른 싱크로율을 걱정하는 팬들의 우려도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안효섭은 "싱크로율 논란은 내가 부담을 가진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가지고 태어난 얼굴이 이런데 어쩌겠나. 다만 김병우 감독이 나를 캐스팅한 이유가 분명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충실하게 김독자 연기를 하려고 했고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들리는 우려의 목소리에는 크게 휘둘리지 않았다"며 "물론 처음 무맛의 김독자에 몰입하는 게 쉽지 않더라. 김병우 감독과 처음 미팅을 했을 때도 '왜 나를 캐스팅했나?'라고 질문 하기도 했는데 '지극히 평범해서'라고 하더라. 사람의 관점은 모두 다르고 의견이 다를 수 있지 않나? 나를 보는 시각도 다 다르다. 그 때 세상의 벽을 깼다. 그 말이 김독자를 만드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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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만의 액션에 대해서도 많은 공을 들인 안효섭이다. 그는 "누구나 그렇듯 영화 속에서 멋있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나? 그런데 그걸 최대한 경계하려고 했다. 김병우 감독이 컷하면 바로 모니터로 달려가 '김독자가 너무 멋있지 않았나?' '히어로 같이 보이지 않나?'라는 걱정의 질문을 쏟아냈다. 처음부터 이 작품을 보는 모든 관객이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다. 물론 나중에는 김독자가 성장하면서 눈빛이 달라질 수 있지만 초반의 김독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김독자여야 했다"며 "안 힘든 순간이 없었다. 매 장면 하나하나 부끄러움 없이 열심히 하려고 했다. 모든 것을 쏟아냈다. 당연히 달리는 지점이 힘들었고, 액션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김독자가 된 나는 세상이 끝났다는 절망적인 마음가짐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멘탈적으로 촬영이 끝나면 소모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후속편에 대한 기대도 컸다. 안효섭은 "워낙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다 보니 한 편으로 끝내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후속작이 있을 것을 원했고 염두하며 1편에 임했던 것도 있다. 김독자가 좀 더 멋있어지는 그날을 염원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흥행이 돼 2편을 만들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내가 느꼈을 때 1편에서 독자는 멸망한 세상에 적응하느라 망설여지는 모습이 많다. 후반부에 비로소 자기 확신이 생겼지만, 1편에서는 그런 부분은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생긴 확신을 2편으로 이어가 본인만의 선택을 주체적으로 하는 김독자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의 김독자는 나락으로 빠질 수 있고 기로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또 하나 김독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성숙해진 김독자를 보여주고 싶다. 또 유중혁처럼 날고 싶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유중혁이 너무 부럽더라. 나도 멋있게 칼을 잡고 싶었고 시원하게 크리처를 베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서운한 마음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안효섭은 "원작이 있는 작품은 당연히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고 작품에 임한 모든 사람들이 안고 가야 하는 숙제다. 다만 작품에 참여한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관객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려고 많이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재미있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제작진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원작자인 싱숑 작가들도 어제(15일) 시사회에서 영화를 봤고 '재밌다'라고 만족했다고 하더라. 관객도 많은 기대와 사랑 보내줬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등이 출연했고 '더 테러 라이브' 'PMC: 더 벙커'의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3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