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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새롭게 이해해야…마음과 정신 동시에 울리는 게 목표"
고(古)음악 거장으로 꼽히는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78)는 바흐의 곡을 시대악기(곡이 탄생한 시기의 악기)로 연주하면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음 달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앙상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와 바흐의 'b 단조 미사'를 시대악기로 들려줄 예정인 헤레베허는 18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 곡의 의미와 숨겨진 매력을 공들여 소개했다.
'b 단조 미사'는 바흐가 후기에 남긴 대표작이며 그가 남긴 성악 작품을 집대성한 결과물로 꼽힌다. 헤레베허와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가 이 작품을 국내 무대에 올리는 것은 19년 만이다.
헤레베허는 "시대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향수나 순수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바흐가 상상했던 소리의 세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악기들은 더욱 투명하고 따뜻하며, 수사적인 명료함을 제공해 음악의 구조와 의미를 더욱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밝혔다.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는 1970년 헤레베허의 주도로 벨기에 겐트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친구들이 모여 만든 앙상블이다. 음악을 작곡 당시의 악기와 편성, 주법으로 재현하는 원전 연주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헤레베허는 지휘자로서 소리의 순도에 주안점을 두면서 투명하고 정제된 소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의 지휘 스타일에 담긴 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에게 '순도'(purity)란 무미건조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것을 걷어낸 투명함과 자유로움을 뜻합니다. 이 작품에서 가볍지만 얇지 않고 따뜻하지만 지나치게 낭만적이지 않으며, 정밀하지만 기계적이지 않은 소리를 상상하지요."
그러면서 헤레베허는 "이 모든 것은 서로를 잘 알고 함께 호흡하는, 고도로 숙련되고 지적인 음악가들로 구성된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와 같은 앙상블에서만 가능하다"고 함께 무대에 오를 악단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바흐의 b단조 미사가 독보적인 곡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헤레베허는 이번에 들려줄 곡이 "바흐가 한 번에 작곡한 작품이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쓴 여러 악장을 모아 말년의 음악적 유산으로 남긴 것"이라며 "수십 년의 경험, 신학적 깊이, 대위법적 완성도, 그리고 제 이해를 뛰어넘는 영적인 힘이 응축된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그러면서 "모든 세대가 바흐를 새롭게 듣고 그를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레베허는 정신과 의사의 길을 걷다가 음악가로 방향을 튼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음악은 처음에 취미에서 시작했다가 점점 전문적으로 접근하게 됐다"며 "'어느 순간 이 열정이 제 삶을 완전히 차지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돌아봤다.
헤레베허는 "음악은 종교적인 방식이 아닌, 인간적인 방식의 영적인 소통"이라며 "공연으로 음악이 단순한 소리를 넘어 마음과 정신을 동시에 울리는 순간을 만들어낸다면, (음악가로서) 목표는 달성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헤레베허와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는 다음 달 19일 대전예술의전당, 20일 아트센터 인천에서도 공연한다.
encounter24@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