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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독립기념관 노조가 김형석 관장의 광복 80주년 경축식 기념사 논란과 관련해 "김 관장의 역사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노조는 김 관장이 광복을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로 묘사한 데 대해 "1943년 발표된 카이로 선언에서 연합국은 일본 패망 이후 조선의 독립을 보장한다고 명시했지만, 당시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영국·중국이 한국 문제를 둘러싸고 신탁통치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논의하고 있었고 영국은 자신들의 식민지 문제로 인해 한국 독립을 강력히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국제 공동관리 반대 성명과 외교 활동, 재중국 자유 한인대회 등을 통해 중국 정부와 연합국 실무자들을 설득하며 한국 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했다"며 "결국 이런 주체적 노력과 외교적 활동이 카이로 선언에 반영됐고, 세계사적으로도 1945년 8월 15일 광복은 연합국 승리의 선물이 아니라 40여년간의 치열한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외교적 성과가 결실을 본 결과였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또 "독립기념관은 독립운동사의 가치를 지키는 기관이므로 역사 해석은 독립운동사의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김형석 관장은 비판받을 때마다 이를 역사 연구자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주장하며 회피하지만 독립기념관장의 지위에서는 개인적 의견과 공적 책임을 분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봉길 의사의 유서 인용에 대해서도 "윤 의사는 유서 첫 문장에 조선을 위한 용감한 투사를 언급하고,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들어 자신의 빈 무덤에 찾아오라고 했다"며 "본인의 부재에 대해 맹자, 나폴레옹, 에디슨을 언급하며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성공한 모델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하지만 기념사는 '두 아들이 과학자가 되기를 소망'했다고 하면서 역사 이면의 다양성을 언급했고. 유서 첫 마디에 나오는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든 조선을 위한 용감한 투사는 사라졌다"며 "이로써 전체적 맥락을 왜곡해 인용한 이가 누구인지 명확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형석 관장의 광복 80주년 기념사는 광복과 독립운동사의 의미를 축소하고 역사적 맥락을 왜곡하며 친일·식민사관을 정당화할 위험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독립운동가 발언을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인용해 개인적 논리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으며, 이는 독립기념관 관장으로서 가져야 하는 공적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한국 독립운동의 가치와 독립기념관의 정체성을 훼손한 관장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김 관장은 광복절 경축식이 논란으로 얼룩진 것에 대해 독립기념관 구성원,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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