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벤 존슨 약물' 특종 지휘…안병훈 기파랑 사장 별세

기사입력 2025-10-31 15:14

[서재필언론문화상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견습기자로 들어가 대표이사로 퇴임할 때까지 38년 7개월간 조선일보의 성장을 지휘한 안병훈(安秉勳) 도서출판 기파랑 사장이 31일 낮 12시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7세.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고,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1965년 조선일보에 입사, 정치부장·사회부장·편집국장·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LG상남언론재단 이사장,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관악언론인회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퇴직 후인 2005년 4월 도서출판 기파랑을 설립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생애', '항일 민족 언론인 양기탁', '자유·민주·보수의 길' 등을 펴냈다.

6·25 때 납북된 조선일보 편집부장 출신 선친을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 희망란에 신문기자라고 썼고, 조선일보에서만 만 38년 7개월 동안 일했다. 조선일보에 견습기자로 입사해 대표이사로 퇴임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했다. 조선일보 최초로 봉급 인상 파업을 일으킨 적도 있다. 장영자 사기 사건을 기사화했다거나 김일성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는 이유로 정보기관에 연행되기도 했다.

86 서울아시안게임을 개막 당일 발행된 조선일보 지면(12개 면)의 대부분을 아시안게임 관련 기사로 채웠는가 하면, 88 서울올림픽 때는 편집국장으로서 '벤 존슨 약물 복용'이라는 세계적 대특종을 지휘했다. 88 서울올림픽 때는 8면, 16면이던 조선일보 발행면수를 32면까지 늘렸다. 편집국장에서 물러난 뒤 편집인·대표이사를 맡았을 때는 '쓰레기를 줄입시다', '샛강을 살립시다', '산업화는 늦었어도 정보화는 앞서가자' 등의 환경 캠페인과 정보화 보급을 주도했다. 해방 50주년인 1995년에는 '이승만과 나라 세우기'를, 대한민국 건국 50주년인 1998년에는 '대한민국 50년,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거나 문화공보부 장관으로 입각해달라는 권유를 들었지만 모두 거절하고 언론인 외길을 걸었다. 2017년 회고록 '그래도 나는 또 꿈을 꾼다'를 펴냈다. 2025년 협성사회공헌상을 받았다.

유족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부인 박정자(상명대 불어교육과 명예교수)씨와 사이에 1남1녀(안승환<삼성전자 상무>·안혜리<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11월 2일 오전 10시, 장지 시안가족추모공원. ☎ 02-2072-2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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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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