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전현무의 '공부'가 또 통했다.
스페인이 20일(한국시간)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대0으로 꺾고 16년 만에 정상에 등극하면서, 방송인 전현무의 소름 돋는 경기 예측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JTBC '톡파원 25시'에서 우승국을 묻는 질문에 "축알못들은 프랑스 얘기하는데,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망설임 없이 단언했던 그의 안목이 그대로 적중했기 때문이다.
그의 예리한 작두 진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를 앞두고, 전현무는 대표팀의 2대1 역전승이라는 스코어는 물론, 오현규의 득점과 이강인의 어시스트라는 세부적인 전술적 시나리오까지 완벽하게 맞춰냈던 것.
사람들은 전현무의 예측이 적중한 것을 놀라워했지만 정작 놀라운 건, 그 예측을 적중시키기까지의 과정이었다. 전현무의 예측은 연예계 탑티어 MC가 던진 가벼운 예능용 멘트가 아닌,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고도의 '축구 공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사실 2006년 KBS 32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전현무에게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친정에서 20년 만에 마이크를 잡는 '축구 캐스터 데뷔전'이라는 무거운 시험대였다. 지난 파리올림픽 역도 중계로 호평을 받았다지만, 아나운서 시절 단 한 번도 스포츠 중계를 해본 적 없던 그에게 축구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수많은 고정 프로그램을 소화하느라 숨 쉴 틈 없는 스케줄 속에서도, 그는 멕시코와 한국을 쉼 없이 오가며 비행기와 차량 이동 시간까지 통째로 축구 공부에 바쳤다.
과정은 처절했다. KBS2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통해 공개된 그의 준비 과정은 '독기' 그 자체였다. 낯선 축구 용어와 선수 호명에 어려움을 겪으며 최근 10년간 가장 큰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피를 말렸고, 평소보다 부쩍 야윈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세 번째 연습 만에 이영표 해설위원의 '엄지척'을 이끌어낼 만큼, 지독한 학습을 통해 부족함을 극복하고 캐스터에 임하는 진정성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공부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던 그의 SNS 글귀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데뷔 무대였던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 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는 예기치 못한 시련이었다. 손흥민과 이재성의 선발 누락이라는 당혹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전현무는 능숙한 선수콜을 소화하며 본업 모드를 빛냈지만, 대표팀은 0대1로 패하며 충격의 32강 탈락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10년 넘게 해설을 한 베테랑 이영표마저 "해설하기 가장 어려웠던 경기였다. 차라리 침묵을 선택했다"고 고개를 저었을 만큼 냉혹한 현장이었다. 첫 데뷔전에서 가장 가혹한 중계의 주인공이 된 전현무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의기소침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방송가는 그가 보여준 가능성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첫 중계에 스스로에게 20점을 줬던 나와 달리 현무에게는 80점을 주고 싶다"며 "이 중계를 버텨냈다면 대한민국 모든 스포츠 중계를 다 할 수 있다. 네가 가진 축구 캐스터의 재능을 보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청률 역시 응답했다. 전현무가 마이크를 잡은 KBS 2TV의 대한민국-남아공전 중계는 전국 기준 10.7%, 최고 시청률 15.3%를 기록하며 경쟁사를 압도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전현무를 '예능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의 일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학생'이다. 누구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도 새로운 분야 앞에서는 스스로를 신입이라 낮추고, 가장 많이 질문하며, 가장 늦게까지 연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현무의 '적중'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독한 준비의 결과다. 스페인의 우승을 맞힌 것도, 대한민국의 경기 흐름을 읽어낸 것도 하루아침에 얻어진 감이 아니다. 그 뒤에는 수없이 반복해서 외운 선수 이름과 치열한 전술 분석, 그리고 빼곡한 메모가 있었다.
결국 전현무는 충격적인 패배의 순간을 캐스터로서 함께 견뎌내고, 완벽한 예측으로 자신의 데이터베이스를 증명하며, 또 하나의 본질을 남겼다. 방송은 화려한 말솜씨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로 완성된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좋은 MC는 그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진심으로 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의 말대로, 공부하면 비로소 보인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