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한국축구, 일본만 못하다]한-일 대표팀 수준, FIFA 랭킹 격차보다 더 크다

최종수정 2013-01-04 08:31

2011년 8월10일 일본 삿포로 돔에서 한국 A대표팀과 일본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서 한국은 0대3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삿포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볼이 뜨는 경합 상황이 오면, 바셔버려!"

2012년 런던올림픽 3-4위전,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작전명령'이었다. 통했다. 한국은 일본을 2대0으로 완파하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홍명보호의 환희였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상황은 또 다르다. 먹구름이 자욱하다.

한-일전은 전세계가 주목하는 라이벌 매치지만 A대표팀의 전력 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최근 2년간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추이를 살펴보자. 한국이 일본에 앞선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 3월 랭킹에서 일본(33위, 한국 30위)을 앞질렀다. '반짝 반등'에 불과했다. 현재 한국은 35위로 일본(22위)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

더 큰 문제는 FIFA 랭킹보다 한국과 일본의 A대표팀 실제 격차가 더 크다는 점이다. 축구 만큼은 출발부터 한국이 앞섰다. 1954년 스위스 대회에서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2010년 남아공 대회까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 남아공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반면 일본은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월드컵을 처음 경험했다.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랐고, 2002년과 2010년 16강에 진출했다. 역대 전적에서도 40승22무13패로 한국이 앞선다. 하지만 환희의 역사는 과거일 뿐이다. 2000년대 들어 물고 물리는 접전을 반복하다 최근에는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최근 두 차례의 A매치에선 한국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

한국 축구는 정체돼 있는 반면 일본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질적으로도 비교가 안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뤄진 유망주의 해외 축구유학과 장기적인 축구 인프라 구축 등 일본은 축구에 관한 한 무엇 하나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건 일본은 탈아시아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친선경기의 상대만 보더라도 입이 벌어진다. 한국은 5월 세계 최강 스페인(1대4 패)을 만났지만 일정상 문제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무대로 삼았다. 스페인도 바르셀로나 소속의 핵심 선수들이 모두 빠진 반쪽 경기였다. 하반기에는 더 초라했다. 잠비아(2대1 승)와 호주(1대2 패)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경기도 안양과 화성에서 평가전을 가졌다. 해외파를 소집하지 않는 등 스스로 격을 떨어뜨렸다. 관중은 잠비아전에서 1만6606명, 호주전에는 2만1618명에 불과했다. A매치의 열기는 바닥이었다. 일본은 품격이 달랐다. 10월 유럽 원정길에 올라 프랑스(1대0 승)와 브라질(0대4 패)을 상대했다. 올해 여름에는 2011년 아시안컵 우승팀 자격으로 브라질에서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격한다. 개최국 브라질과 유로 2012 준우승팀 이탈리아, 북중미 챔피언 멕시코와 A조에 포진했다. 축구 열강들과의 축제 속에 일본이 있다.

대표팀 운용도 천양지차다. 대한축구협회는 주먹구구식 운영이다. 큰 그림을 그리기 보다 현안이 벌어지면 즉흥적으로 대응한다. 대표선수 차출 협조와 평가전 상대 물색 등 모든 부분이 일회성이다. 일본은 철저하게 시스템의 틀속에서 움직인다. 미래에 대한 철학이 있다. 대표팀 경기 일정은 1년전 대부분 완성된다. J-리그 각 구단의 동의하에 상비군도 연 1회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4월 지바에서 소집 훈련을 실시했다.

선진, 후진적인 대표팀 운영은 경기력에 그대로 투영된다. 기본기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기술적으로 뒤져있다. 한국은 기복이 심하고, 플레이가 둔탁하다. 일본은 미드필드 운영과 패싱에서 우위에 있다. 선수층도 두텁다.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16강에 올랐지만 세계 축구에 가한 임팩트는 일본이 컸다. 일본은 네덜란드, 덴마크, 카메룬이 속한 '죽음의 E조'에서 덴마크와 카메룬을 누르고 16강에 올라 파라과이에 승부차기 끝에 졌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에서 한국이 A조에서 2승1무1패(승점 7)로 2위로 내려앉은데 비해 일본은 5경기 무패 행진(4승1무)으로 B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013년 1월, 일본 축구가 앞섰다. 한국 축구는 '도전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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