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 "K-리그도 바르셀로나 훈련법 배워야"

기사입력 2013-01-22 08:53



조광래 전 A대표팀 감독(59)이 고향인 경남 진주에 '바르셀로나 축구 교실'을 연지 3개월이 흘렀다.

대한축구협회의 밀실 야합으로 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된 그는 축구 꿈나무들의 열정과 배움을 향한 열망을 보며 마음의 상처를 서서히 치유하고 있었다. '힐링'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3개월간 바르셀로나의 훈련 방식으로 유소년들을 가르치며 지도자로 다시 한 번 눈을 떴다. 조 감독은 21일부터 25일까지,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바르셀로나 겨울방학 축구 캠프 교실'을 연다.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코치가 직접 방한해 조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조 감독은 가르침을 통해 또 다른 배움을 얻고자 했다. 더 나아가 바르셀로나식 훈련법을 한국 축구에도 적용시키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바르셀로나 훈련법을 수입하기까지

'세계 최강 클럽'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팀은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길러냈다. 바르셀로나는 유소년팀부터 성인팀까지 모든 선수들이 같은 시스템으로 훈련을 한다. 즉, 메시, 이니에스타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10년 넘게 한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받았고, 이를 통해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탁구공 움직임처럼 빠르게 주고 받는 패스)를 몸에 익힌 것이다. 반면 바르셀로나의 훈련법은 철저히 외부 유출이 금지돼 있다. 훈련을 위해 배포한 프로그램 메뉴얼조차 다시 수거한다. 조 감독은 이 프로그램을 수입하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한국 유소년 축구 발전의 염원을 담아 연간 1억5000만원~2억원의 거액을 들여 세계 최고의 프로그램을 수입했다. 자비도 투자했다. 재단도 설립했다. 진주시를 비롯해 한국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바라는 기업들의 후원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메시가 받은 훈련 프로그램, 뭐가 다른가

새롭고 놀라웠다. 3개월 간 훈련법을 직접 몸으로 익힌 조 감독은 "바르셀로나 훈련법을 통해 유소년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지도자로서 새삼 눈을 뜨게 됐다"고 밝혔다. 유소년팀의 훈련법이라도 성인들이 하는 훈련이 모두 담겨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소년의 훈련은 놀이를 겸했다는 것. 여기에 훈련마다 옵션이 추가된다.

조 감독이 평소에 강조하던 '포어 체킹(전진압박)'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다. "포어 체킹은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데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은 모든 훈련이 포어 체킹으로 시작된다. 2명의 공격수가 2대1 패스를 통해서만 4명의 수비수를 제끼는 훈련을 한다. 중요한 점은 공을 빼앗길 경우 바로 공격수들이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하는 수비수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원터치 패스로 티키타카의 완성도를 높였다. 5명의 선수가 원을 그려 둘러 싼 뒤 단 한번의 터치로 패스를 주고 받으면 2명의 술래가 공을 빼앗는 훈련이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는 1세트 8분으로 진행되는 훈련에 쉼표가 없다는 것. 조 감독은 "한국에서는 8분 훈련을 하면 중간에 공수를 교대할 때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하지만 이 훈련에서는 공을 빼앗겨도 멈추지 않고 바로 술래만 바뀐채 훈련을 이어간다. 공이 8분간 멈추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이 이런 훈련하고 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5대5 미니게임에서는 한 가지 옵션을 추가한다. 기본 득점은 1점이다. 훈련 방식마다 조건을 하나씩 내걸고 추가 득점을 준다. 조 감독은 오버래핑을 예로 들었다. "어린 선수들이 훈련하기 어려워하고 하기 싫어하는게 오버래핑 훈련이다. 바르셀로나 훈련법에서는 오버래핑으로 득점에 성공할 경우 2점을 주게 된다. 유소년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차원이다. 시키지 않아도 오버래핑으로 득점을 하려고 수 차례 시도를 한다. 10년 넘게 이 훈련을 하니 세계 최고가 될 수 밖에 없다." 훈련법의 작은 차이가 현재 바르셀로나 축구를 완성하는 기본틀이 됐다. 조 감독은 "바르셀로나가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도 강한게 바로 어릴때부터 이런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K-리그도 배우자

한국 축구 발전을 향한 그의 꿈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경남 전 지역에 '바르셀로나 축구 교실'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경남 전 지역에 축구 교실을 차리고 선수 육성반을 따로 만들고 싶다. 박지성 기성용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보면 유럽 선수들에 비해 한 가지씩 부족한 면이 보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한다면 유럽 선수들에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 차이를 없애주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 경질로 상처 받은 뒤 그는 한 동안 현장 복귀를 꺼렸다. 유소년 꿈나무들이 그의 상처를 서서히 아물게 했다. 현장 복귀는 또 다른 미래다. 그는 "대표팀을 그만 두고 지도자를 계속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 프로그램을 프로에도 접목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높은 레벨에 있는 축구를 한국에도 꼭 심어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루고 싶다"면서 "내가 프로팀 감독을 맡게 되면 당장 경기에 적용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완성해 선수들을 가르치겠다. 선수들이 상당히 힘들테니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팀이라 할지라도 좋은 건 나눌 수록 가치가 더 커진다. 조 감독은 "프로팀 감독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을 훈련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초야에 묻혀 세계 최고의 축구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A대표팀 감독을 지낸 조 감독이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배움의 길을 택했다. 그의 머릿 속에서 '한국식 바르셀로나 축구'가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