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70 맞아요." 키가 1m70이란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1m70이 안돼 보인다. 게다가 체격도 왜소하다. 얼핏보면, 건장한 청년들 속에 고등학생 한 명이 섞여있는 모습이다. 그는 "형들이 지금도 고등학생이라고 놀려요"라며 투덜댔다. 그러나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면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그라운드에선 누구보다 날쌔고 파괴력 넘치는 슈팅을 날린다. 윤성효 부산 감독은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짓는다. '부산의 메시'를 꿈꾸는 신인 정석화(22)를 보면서 말이다.
정석화는 축구밖에 모르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축구를 하면서 뛰어노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런데 광주 운남초 4학년 때 우연히 풋살대회에 나가 축구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월곡초 축구부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부모님은 반대했다. 정석화는 "운동으로 성공하기 힘들고, 공부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하셨다. 무엇보다 내가 왜소해서 안쓰러우셨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우려했던 고비는 일찍 찾아왔다. 정석화는 "광주 북성중 1학년 시절 경기를 많이 못 뛰어 축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감독님께서 '너를 키우기 위해 잠시 휴식을 준 것'이라고 말해 오해를 풀고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맸다"고 말했다.
또래 선수들보다 10~15㎝ 작았지만, 정석화는 항상 눈에 띄는 선수였다. 순발력과 자신감으로 작은 신장과 왜소함의 고정관념을 깼다. 장기인 화려한 테크닉은 중학교 때 선수들의 스페셜 동영상을 보면서 익혔다. 롤모델은 자신과 체형이 비슷한 '기록 브레이커' 리오넬 메시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다. 두 선수의 키는 각각 1m69와 1m70이다. 정석화는 "둘다 왜소하고 작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됐다.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를 한다. 본받을 점이 많다"고 했다.
앳된 외모를 가진 정석화는 이미 고려대 시절부터 스타급 선수였다. 대학교 2학년 시절 고연전 때 TV중계를 타면서 '동안'이 알려졌다. 올시즌 부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가 된 뒤 인기가 더 많아졌다. 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존 700명이던 트위터 팔로워수가 1500명으로 늘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구단 트위터 팬들의 10%를 책임지고 있다. 팬들 사이에선 '임상협 미니어처'라고 불린다. '꽃미남 축구선수' 임상협과 생김새가 비슷한데 몸집이 작아 붙여진 별명이다.
정석화는 프로가 된 뒤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K-리그 신인선수교육 때의 일이다. 안익수 성남 감독에게 당돌한 질문을 던졌다는 말이 퍼졌다. 당시 정석화는 부산에서 성남으로 둥지를 옮긴 안 감독에게 "부산에서 2년 남으셨고, 성적도 좋은 편인데 왜 떠나셨냐"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이 질문이 "부산 감독 시절 저를 뽑아놓고 성남으로 가버리시면 어떻하냐"는 질문으로 바뀌어 보도됐다. 정석화는 "다른 사람을 많이 신경쓰는 스타일이다. 나에 대한 루머가 돌기 시작하더라. 말이 와전돼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정석화는 지난 12년간 부산에 끊긴 신인왕의 맥을 되살려줄 신인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태국 전지훈련에서 참가했던 촌부리컵에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정석화는 "상금으로 3만바트를 받아 피자를 돌렸다"고 했다. 정석화는 1단계 꿈을 이루었다. 프로선수가 됐다. 이제 부산에서 주축선수로 거듭나 유럽진출을 노리는 2단계의 성공을 바라보고 있다. 정석화는 "올시즌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팀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게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