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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를 고심하게 했던 과제, '호날두 봉쇄'
결과는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이번 시즌 들어 팀의 붙박이로 올라선 하파엘이지만, 본인의 진영을 번갈아 침범하던 호날두, 외질과의 일대일 승부에서는 버거웠던 게 사실. 챔스 조별예선 D조 1라운드 맨시티전, 호날두가 후반 막판 역전 골을 터뜨린 것처럼 오른발에 걸릴 슈팅 각도를 견제하다가 계속 바깥쪽의 왼발 각도를 내주었고, 이 볼이 크게 꺾여 뒤에서 쇄도하던 동료들에게 연결되던 장면은 꽤 위협적이었다. 그래도 필 존스와 루니가 앞선에서 힘을 실어준 덕분에 '측면 초토화'를 사전에 방지했고, 이 정도면 꽤 선방한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했음에도, 적잖은 위기가 따랐다. 전반 5분 만에 코엔트랑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도록 내버려두었고, 이후에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깔끔하지 못한 공중볼 처리를 보이더니, 결국엔 호날두가 옆 골망을 흔들 정도의 정교한 헤딩을 하도록 풀어놓으며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EPL 기준 경기당 1.19골(지난 시즌 실점률 0.86골)을 내주며 공격에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인 수비가 올 시즌 맨유의 최대 고민거리였음을 챔스 무대에서도 재차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라인을 내려 지키는 경기를 할 때 원하는 성과를 얻기 위해선 헐거워진 수비벽을 더 조일 필요가 절실했는데, 데 헤아의 선방 쇼마저 없었다면 끔찍한 결과와 마주할 가능성도 농후했다.
웰백의 선제골이 맨유에 가져다준 것들.
수비적인 자세를 취한 건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방 압박의 효과가 크지 않았던 상황에 라인까지 낮게 잡자, 레알의 공격이 본인들의 진영까지 쉽게 넘어오는 것을 지켜본 뒤에야 볼을 빼앗아낼 수 있었다. 이후 공격을 시작해 멀고먼 상대 진영까지 이동하는 동안 알론소-케디라를 비롯한 레알의 압박이 이어지자, 맨유는 확률이 떨어지는 롱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려 했다. 올 시즌 EPL에서 경기당 평균 564개(롱패스 59개)의 패스를 시도해 85.9%의 성공률을 보여 아스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던 맨유가 오늘은 총 348번의 패스(롱패스 60개)에 72%의 성공률을 보였던 기록으로도 드러나는 부분이다.
루니가 호날두를 의식해 수비적인 움직임을 많이 보였고, 반 페르시까지 아래로 내려와 수비 가담 및 공격 전개에 힘을 보탰을 때, 전방에 남은 건 카가와. 하지만 알다시피 이 선수도 밥상이 차려졌을 때 수저를 들 힘 정도를 보탤 정도지, 홀로 밥상을 차려 입에 갖다 댈 정도의 힘을 지닌 유형은 아니다. 플러스 알파일 순 있어도, 알맹이 그 자체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인데, 이런 저런 이유로 맨유의 공격이 시원치 않았음을 떠올린다면 라모스를 따돌린 뒤 터뜨린 웰백의 헤딩 선제골은 그 가치가 엄청났다. 수비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맨유가 실제로 호날두에게 한 방을 얻어맞았음에도 마냥 슬퍼하지 않았을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는 퍼거슨 감독의 손에 경기 운영의 방법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까지 쥐여주었다. 맨유는 후반 들어 의도적으로 타이밍을 늦춰 레알의 템포를 빼앗는 축구를 구사했고, 덕분에 에버튼전 직후 스페인까지 날아갔던 일정의 체력적 부담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교체 카드를 카가와 대신 긱스, 웰백 대신 발렌시아, 루니 대신 안데르손으로 택한 퍼거슨 감독은 각 자원들의 특성을 고려한 포메이션의 변화 정도는 수반했지만, '수비적'인 색깔을 끝까지 끌고갈 수 있었다. 원정 득점에 1-1 무승부까지 얻고온 맨유가 '골문을 걸어잠그느냐, 맞불을 놓느냐'의 문제만이 남은 현재, 올드 트래포드에서 3승 3무 2패를 거뒀던 무리뉴 감독의 저력이 또 다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