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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출산. 대부분의 여성 선수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선수로 뛰고 싶은 욕심 만큼 한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되는 꿈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 하나 소홀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해외에서는 여러 사례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엄마 선수'는 생소하기만 한 단어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11년 2월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시기였다. 고향 강릉 출신인 예비신랑과의 속도위반이 임신으로 연결됐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박남열 현 성남 일화 코치에게 이실직고 했다.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박 코치는 "축하한다. 건강하게 아이를 낳고 복귀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된다"고 다독였다. 그러나 구단이라는 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 코치는 "구단에는 부상 재활로 알릴테니 당분간 쉬고 있으라"며 안심을 시켰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될 구단에서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걱정은 기우였다. 대교는 홍경숙이 출산 뒤 돌아와 활약할 수 있다는 약속으로 새 생명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홍경숙은 "열린 생각을 가진 구단과 지도자가 없었다면 출산 후 복귀는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1년 6월 5일 고향 강릉에서 친지, 하객들의 축하 속에 식을 올린 홍경숙은 5개월 뒤 3.7㎏의 건강한 아들 심우주군을 낳았다.
애틋한 모정, 그리고 꿈
엄마 선수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원정이다. 오랜기간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미안함과 그리움이 사무친다. 홍경숙의 모정도 다르지 않았다. "1월 터키 전지훈련 때는 매일 집에 전화를 했더니 이제 아이가 핸드폰을 보면 '엄마'라고 부른다. 집에 들어간 뒤 엄마가 행여나 어디로 갈까봐 따라 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아들이 크면 엄마가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모습을 꼭 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홍경숙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만 해도 대표팀의 주축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쟁쟁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줬지만, 풍부한 경험과 출중한 실력은 당장 태극마크를 달아도 손색이 없는 선수로 꼽힌다. 대표팀 복귀의 꿈은 없을까. "지금 후배들이 잘 해주고 있다. 후배들이 노력해서 여자 축구를 더 키우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홍경숙은 올 시즌 아들의 응원 속에 그라운드를 누비는 꿈을 꾸고 있다.
고베(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