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지는 못했지만 다음 경기에 대한 희망을 봤다."
경기 전 김인완 감독의 표정은 무거웠다. 시즌 2연패. 기대가 많았던 초보 감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성적표였다. 설상가상으로 내용까지 좋지 않았다. 반전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다.
16일 3라운드에서 만난 상대는 제주였다. 제주는 대전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6경기에서 한번도 지지 않았다. 제주는 개막 후 1승1무로 괜찮은 스타트를 끊었다. 송진형-윤빛가람으로 대변되는 화려한 플레이에 말린다면 3연패를 당할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제주가 예상대로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대전 선수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투지를 앞세워 끝까지 따라붙었다. 중원에 포진된 한덕희는 시종 투쟁적인 움직임으로 대전에 혼을 불어넣었다. 선제골도 대전의 몫이었다. 후반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투혼만큼은 빛났다. K-리그 클래식 중 유일하게 승점이 없던 대전은 승점 1점을 얻었다.
귀중한 1점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지난 포항전에서 완패(0대3 패) 한 후 반전의 계기 마련하겠다는 절박함으로 뛰었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무장이 잘돼서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비록 승리는 못했지만 다음 경기에 대한 희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가 희망을 노래하는 이유가 있다.
대전은 올시즌 선수단의 절반 이상이 바뀌었다. 김 감독은 시민구단의 어려움을 감안해 하위권팀과 내셔널리그에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지만 멘탈적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축구팬들 사이에 '믿고 쓰는 레알산'이라는 말이 있다. 벤치에 앉아있던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이적후 펄펄 나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승리하던 팀에 있던 선수들은 위닝 마인드를 갖고 있다. 실력은 별개다. 반면 못하던 팀에 뛰던 선수는 중요한 순간을 넘지 못한다. 패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대전에는 승리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겨우내 철저한 준비로 자신감을 얻었지만 2연패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제주전 무승부는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만약 제주전에서도 무기력하게 졌다면 선수단 전체가 패배의식에 빠질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우리팀 경쟁력에 의문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제주전에서 잘된 점도 있었고, 미흡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 경기를 치르면서 더 나아질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감독이 기대를 갖고 투입한 한덕희와 이동현은 가능성을 보였다. 주포가 돼야 하는 주앙파올로는 지난 개막전 페널티킥 실축의 악몽을 떨쳐낼 수 있는 시즌 첫 골을 넣었다. 수비진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보완할 수 있는 2주간의 시간을 얻었다. 김 감독은 "선수단이 많이 바뀌었다. 이 멤버로 손발 맞추며 뛸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오늘 경기를 바탕으로 해서 조직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쓰겠다. 특히 상대를 물고 늘어질 수 있는 파이팅적인 부분에 집중할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대전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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