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 전남 감독은 지난 7일,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강원전 전반 2분 퇴장 판정을 받았다. 경기 시작 휘슬과 함께 선언된 페널티킥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2경기 출전정지, 500만원 벌금 징계를 받았다.
전반 2분 퇴장이니 사실상 3경기 결장이나 마찬가지다. 강원, 대전, 인천전에서 벤치에 앉지 못했다. 때로는 중계실에서, 때로는 관중석에서 속을 끓이며 애제자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기듯' 감독 없이 치른 3경기에서 전남은 몰라보게 강해졌다. 4라운드까지 1무3패로 승점 1점에 그쳤던 전남은 이후 3경기에서 승점 5점을 야금야금 쌓아올렸다. 7일 강원전에서 이종호의 후반 41분 극적인 동점골로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13일 상승세의 대전을 상대로 3대1 승리를 거뒀고, 16일 이천수의 인천 원정에선 0대0으로 비겼다. 끈질긴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지 않았다. 1승2무로 무패를 달렸다. 3경기에서 4득점 2실점했다. 최하위권을 벗어났다.
3경기 내내 벤치에는 노상래 수석코치가 대신 앉았다. 하 감독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읽어내는 노 코치가 선수들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 23세 이하 '공격 삼총사' 심동운, 전현철, 이종호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욕심을 버리고 주고받아라. 골을 넣으려고 하기보다는 어시스트를 하려고 노력하라"는 하 감독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다. 이들의 부지런한 패스워크는 전남 공격의 젖줄이 됐다. 심동운이 대전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프로 데뷔 첫 위클리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전현철과 이종호는 도움을 주고받았다. 인천전 직후 만난 심동운은 "선수들 모두 감독님이 안계실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도 모르는 새 의리 있고 멋있는 팀이 됐다"며 뿌듯해 했다. 전현철, 이종호 역시 입을 모았다. "감독님이 우리 때문에 퇴장을 받으셨다. 감독님이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데 우리도 감독님을 기쁘게 해드리자고 약속했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배려하다 보니 점점 발이 잘 맞아가고 있다."
'이심전심' 믿음의 축구가 통했다. 전남은 23세 이하 선수들이 가장 많이 뛰는 구단이다. 하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늘 배려한다. "우리 팀은 기가 죽으면 끝장이다. 선수들 기를 살려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란 말을 자주 한다. 좀처럼 힘든 내색을 하지 않지만 선수들은 감독의 마음을 안다. '감독님 힘드신 것 압니다.혼자 힘들어하지 마시고, 저희와 함께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제자들의 문자가 힘이 됐다. 지난해 피말리는 강등싸움을 이겨내며 스승과 제자 사이에 절대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 인천전 직후 하 감독은 "감독이 없는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며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3월 무승으로 가슴앓이를 한 하 감독의 4월 승점 목표는 10점이다. 3경기에서 5점을 확보했다. 부산(21일) 성남전(27일)을 남겨놓고 있다. 목표의 절반치를 달성했다. '감독 퇴장' 위기를 견뎌낸 전남은 고참부터 막내까지 끈끈한 팀이 됐다. 인천 원정에서 귀한 승점 1점을 따낸 후 만난 '최고참 골키퍼' 김병지는 "부산전엔 감독님 복귀 기념으로 승점 3점을 선물해드려야죠"라며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