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전 끝나고 악수할 때 보니 한윤이형 유니폼 상의가 속이 다 비칠 만큼 흠뻑 젖어있더라. 왠지 뭉클했다."
김한윤은 '반전 있는' 남자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말수도 적다. 심지어 수줍기까지 하다. 그라운드에만 들어서면 못말리는 투사가 된다. 그라운드 안팎이 너무 다르다는 지적에 "저도 그게 참 신기해요"한다. "승부욕이 강해서 그런 것같아요. 지는 걸 너무 싫어하니까." 둘째 가라면 서러운 그라운드의 터프가이다. 사력을 다해 공중볼을 다투고, 세트피스 상황에선 헤딩을 따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던진다. 후배들이 쓰러질 때마다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것도 언제나 김한윤이다. 핏대를 올려가며 싸운다. "성남은 내 가족이니까요. 내 동생들이 쓰러졌는데 당연히 그래야죠."
"죽기살기로 뛸 뿐, 재미는 글쎄요"
성남은 14일 전북(2대1승), 17일 서울(2대1승). 21일 울산전(1대0승)에서 3연승을 달렸다. 서울전이 내용 면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다는 평가에 그냥 웃었다. 본인은 어느 경기가 가장 재미있었느냐는 질문에 난감해 했다. "죽기살기로 뛰다 보니 재미는 기억이 안나는데요." 30년간 축구를 하면서 재미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얼마전 모 감독과 통화를 하다 "이제는 좀 즐겨라. 즐길 나이가 됐다"는 조언도 들었다. "근데요, 저는 그게 안돼요. 즐기는 거. 늘 이겨야 해요. 죽기살기로 뛰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다"
'호랑이선생님' 안 감독의 축구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안다. 엄청난 훈련량, 끝도 없이 이어지는 비디오 미팅, 잠시도 한눈 팔지 못하게 하는 불호령, 단내가 절로 나는 안 감독 스타일은 리그에서 악명(?) 높다. 그런데 김한윤은 이 길을 자청해서 쫓아다니고 있다. "다른 팀보다 힘든 것은 맞지만, 열심히 따라가면 발전이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시절 박종우 한상운 한지호 등 후배들이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믿음은 확신이 됐다. 성남의 어린선수들에게도 이런 조언을 해주냐는 말에 대번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지는 잘 못하죠. 제가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할 도리부터 해야죠." '선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소신은 변함없다.
"1년 1년 다르지만 아직은 괜찮아요"
김한윤은 지난해 11월18일 사상 9번째로 400경기 출전기록을 세운 직후 인터뷰에서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체력적으로 밀리면 그만둘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말을 들은 '체력왕' 박진포가 말했다. "한윤이형, 몇년은 쭉 더 뛰실 것같은데요."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체력은 "1년 1년 달라요"다. "전북, 서울, 울산과 일주일에 3경기를 치르는데 사실 아주 힘들었다"고 했다. 승점9점이 회복의 특효약이 됐다. 김한윤은 성남 입단 직후 20살 어린 후배들과의 숙소생활을 자청했다. 아내와 세살바기 아들은 처가에 머물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몸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김한윤에게 축구는 마약이다. 30년을 하루같이 뛰어온 철인이지만 축구가 여전히 너무 좋다. "현장에서 뛰는 게 좋으니까요. 아직은 체력도 남아있고… 열심히 뛰고 선수들끼리 악수할 때 정말 좋아요."
3연승을 달린 성남은 요즘 사기충천이다. 올시즌 예상 성적을 묻자 "한고비 넘은 건같아요. 이제 시작일 뿐이고, 12월까지 끝까지 해봐야죠"라며 말을 아꼈다. 기대감은 감추지 않았다. "기대되죠. 후배들이 능력도 있고, 빠르고 기술도 있고… 3위 안에 들 수 있지 않을까요?" 봄날 노장의 투혼이 아름답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