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27·울산)는 과묵한 남자다.
구단 행사나 팬사인회에서 조차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평소에도 조용히 라커룸 한켠을 지킨다. 그런 강민수가 16일 제주전에서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후반 4분 최보경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넣은 뒤 엄지를 입에 물고 손가락 네개를 펼쳤다. 5일 태어난 아들을 향한 세리머니였다. 손가락 네개는 '사랑한다'를 의미했다. 강민수의 득남은 구단 직원조차 모르는 일이었다. SNS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언제나 과묵한 그다운 사랑 표현 방법이었다.
올시즌 울산은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2골로 득점 2위인 김신욱과 새롭게 울산 유니폼을 입고 부활에 성공한 한상운 등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울산 관계자들은 선두 등극의 일등공신으로 강민수의 이름을 빼놓지 않는다. 울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곽태휘와 이근호, 이재성, 이 호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특히 곽태휘와 이재성이 빠진 중앙 수비의 공백이 커보였다. 그러나 울산은 강민수를 앞세워 인천과 함께 19골로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이다. 울산 관계자는 "강민수는 올시즌 스트라이커 킬러로 손색이 없다. 최근의 활약만 놓고보면 곽태휘를 능가할 정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민수는 올시즌을 앞두고 수술을 택했다. 지난시즌 강민수는 오른 발목 정강이뼈와 발이 만나는 부분의 뼈가 자라는 부상 속에서도 40경기를 넘게 뛰었다. 중앙 수비, 왼쪽 윙백,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뛴 강민수의 활약으로 울산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강민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수술과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출전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는 과감히 수술을 택했다. 2013시즌 준비를 위해 무려 10cm에 달하는 뼈를 잘라냈다. 비록 클럽월드컵을 TV로 봐야했지만 이를 더 악물었다. 괌-일본 전지훈련에서 단내나는 훈련을 마치며 한층 더 성장했다. 특히 2005년 전남에서 1년간 현역으로 함께 뛴 '센터백 출신' 김태영 전 울산 코치의 1대1 지도로 완벽한 센터백으로 거듭났다. 김호곤 감독은 강민수를 붙박이 센터백으로 못박으며 신뢰를 보였다. 강민수는 김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하고 있다.
강민수의 변화에는 아내의 내조가 한 몫을 하고 있다. 2010년 12월 결혼한 그는 아내의 든든한 지원 속에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강민수의 식단은 전문 영양가 수준이라는게 울산 관계자의 증언이다. 구단에서 해주는 유니폼 빨래까지 아내가 신경쓸 정도다. 이제 첫 아이까지 태어난 강민수는 아빠의 책임감까지 더했다. 올시즌 그의 질주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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