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km'심동운이 돌아왔다.'전남유치원'이 살아났다

최종수정 2013-08-01 09:27


"작은데 잘 뛰는 맛이라도 있어야, 감독님이 기용해주시겠죠?"

돌아온 심동운(23·전남)은 경기당 12㎞로 팀내 활동량이 가장 많다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젊음의 패기로 뭉친 '전남유치원'의 중심이다. 거침없다. 자신감이 넘친다. 1m69의 단신이지만 장신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주눅들거나 물러서는 법이 없다.

전남은 31일 성남과의 홈경기에서 승리했다. 지난 6월1일 서울전에서 무릎을 다쳤던 심동운이 두달만에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날 성남을 당혹스럽게 한 첫골은 심동운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전반 12분 특유의 저돌적인 스피드로 오른쪽 측면을 뚫어냈다. 쇄도하는 이종호를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건넸다. 이종호가 성남 골키퍼 양한빈의 키를 훌쩍 넘기며 짜릿한 선제골을 쏘아올렸다. 성남의 뒷공간을 파고들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웨슬리의 추가골에 힘입어, 김동섭이 7호골을 쏘아올린 성남을 2대1로 이겼다.

경기 후 만난 심동운은 "몸상태가 100%가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믿고 기용해주셨다. 믿어주신 만큼 해내자는 생각뿐이었다. 팀 위해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했다"고 말했다.

심동운은 전남의 에너자이저다. 누구보다 많이 뛴다. 공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팀에 큰힘이 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심동운은 4월 13일 대전전에서 나홀로 2골을 몰아치며 시즌 첫승을 이끌었다. 8경기 무패를 달리던 전남의 성적은 심동운의 부상 이후 거짓말처럼 하향곡선(1승2무3패)을 그렸다. 대전전 이후 3달반만에 심동운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성남전, 전남은 귀한 승점 3점을 챙겼다. '1무3패' 무승 고리를 끊어냈다. 후반기 반전을 예고하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심동운은 "선수들의 의지가 이번 경기만큼 남달랐다. 위기의식도 있었고 홈경기인 만큼 절대 물러서지 말자, 진짜 '죽고 나오자'고 했다"며 결연했던 라커룸 분위기를 전했다.

이종호와 이심전심, 환상적인 골을 빚어냈다. 심동운 이종호 전현철 박준태 등, 뭉칠수록 강해지는 '리그 최연소 최단신 공격진'의 힘이 되살아났다. 3~5골을 기록하며, 앞서거니뒤서거니, 끈끈한 팀워크로 서로 공을 밀어주고, 넣어주고 있다. 이날 심동운 특유의 저돌적인 측면 돌파와 골키퍼를 농락하는 이종호의 골은 감각적이었다. "연습보다 실전에서 더 잘나와서 기분이 좋다. 크로스를 올렸을 때, (종호가) 반드시 넣어줄 거라는 믿음이 왔다. 선수들끼리 그런 믿음이 있다. 주고받고 할 때 돌아오고, 서로서로 어시스트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성남 스쿼드가 좋지만, 저희 선수들이 그 스쿼드에 밀리지 않게 한사람 한사람 준비를 잘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전남의 상위리그 진출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 한경기한경기 이기다보면 우리에게도 분명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눈빛을 빛냈다.

두달만의 복귀전에서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휴식기 후 첫경기, 지옥의 7연전 첫단추는 '전쟁'이었다. 치열하고 격렬했다. 성남 골키퍼 양한빈이 이종호의 골 과정에서 충돌해 실려나갔다. 전남도 부상자가 7명이나 속출했다. 경기체력이 100% 올라오지 않았지만 '죽기'로 작정하고 뛰었다. "전반엔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 다음이 명언이다. "힘들었지만, 힘든 게 운동선수한테는 즐거움이다. 오랜만에 출전해서 호흡이 턱까지 올라왔을 때, 오랜만에 행복감을 느꼈다."

'상남자' 하석주 감독의 정신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 '12㎞의 초인적인 활동량'을 언급하자 "대학교 때는 지금처럼 많이 뛰진 않았다.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것, 원하시는 것을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그럴려면 12㎞는 소화해줘야 한다"며 웃었다. "작으면 작은 대로 잘 뛰는 맛이라도 있어야지, 그런 것도 없으면 감독님이 기용해주지 않으시겠죠?" 대차고 당찼다. 하 감독이 '작지만 큰' 이 선수를 믿고 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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