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박지성과 함께한 5일, 느낌은 '맑음'

기사입력 2013-08-22 07:56


◇박지성이 20일(한국시각) 에인트호벤 교외의 데에드강 훈련장에서 진행된 PSV에인트호벤 팀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장에 들어서고 있다. 에인트호벤(네덜란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위송빠르크(박지성의 네덜란드식 발음)가 오늘 경기에 정말 나오는가."

18일(한국시각) 암스테르담에서 에인트호벤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네덜란드 학생이 불쑥 던진 말이다. 대화 중 "박지성을 취재하러 간다"고 하자 질문을 쏟아냈다. 8년 만에 PSV에인트호벤으로 돌아온 위송빠르크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했다.

사실 에인트호벤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진 않았다. 18일 고어헤드와의 2013~2014시즌 에레디비지에 3라운드가 복귀전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취재 결과 박지성이 다리 부상으로 고어헤드전 뿐만 아니라 21일 AC밀란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예선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결장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 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서 부진했던 박지성에게 에인트호벤행은 승부수였다. 에인트호벤은 경험, 박지성은 출전기회를 원했다. 그럼에도 시작부터 틀어졌으니 만남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을 것이라 짐작했다.

고어헤드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본 박지성은 경기가 펼쳐졌던 필립스 스타디움을 말없이 떠났다. 하지만 유럽 여행 차 네덜란드를 찾았다가 박지성의 에인트호벤행 소식을 듣고 일정을 바꿔 현장을 찾은 한국 학생들은 2시간 반의 기다림에도 아랑곳 않았다. "(박)지성이형만 볼 수 있다면 여행 하루 거르는 게 문제인가요."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

19일 에인트호벤 팀 훈련장인 데에드강에는 굵은 빗줄기가 뿌렸다. 비공개 훈련인 줄 알면서도 2시간 넘게 비를 맞으며 박지성을 기다렸다. 길고 긴 기다림이 '감명'(?)을 주었는지 여룬 판덴베르크 에인트호벤 미디어담당관이 손짓을 했다. "축하한다. 빠르크와 인터뷰 할 수 있다. 단, 10분 안에 끝내야 한다." 데에드강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박지성의 모습은 차분했다. 다리 근육 부상 이후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한 만큼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간간히 드러내는 웃음이나 차분한 말투에서 30대 베테랑의 관록이 느껴졌다. 스스로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 지 잘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어린 선수가 아니지 않나." 팀 훈련을 마친 뒤 코쿠 감독과 나란히 앉아 스스럼 없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A대표팀의 캡틴에서 에인트호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를 잡아가는 박지성의 현재였다.

에인트호벤 팬들에게 박지성은 유럽 무대를 누볐던 팀의 옛 영광과도 같은 존재였다. 자신을 에인트호벤 토박이라고 소개한 한 팬은 "위송빠르크의 활약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코쿠 감독의 판단을 믿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도 "위송빠르크가 돌아와 반갑다"고 웃었다. AC밀란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도 모두 박지성을 환영했다. 경기 전 몸을 풀 때부터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는 순간까지 가장 크게 울린 선수 응원가는 '박지성송'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가장 많은 취재진을 끌어모은 선수 역시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비단 한국 축구 만의 자랑이 아니었다.

박지성의 올 시즌 예보는 '맑음'이다. 5일 간 에인트호벤에 머물면서 확인한 모습이다. 지난 시즌과는 모든 게 달라졌다. 감독과 선수, 구단 모두 신뢰의 눈빛으로 박지성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 박지성 역시 에인트호벤 영건들의 멘토를 지향하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8년 전 에인트호벤의 추억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에인트호벤(네덜란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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