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클래스다!]상암-포항, 해도 너무한 더위먹은 그라운드

기사입력 2013-09-03 07:59


1차 전쟁이 막을 내렸다.

클래식이 마침내 두 세상으로 쪼개졌다.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를 분기점으로 그룹A와 B로 나뉘어졌다. 8월은 숨막히는 일정이었다. 매주 1~2경기씩 열전이 이어졌다.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제 클래식은 두 개의 리그로 분리, 종착역을 향해 내달린다. 스포츠조선은 올시즌 클래식 개막에 맞춰 연중 캠페인 '이제는 클래스다!'를 시작했다. 품격을 논해 질을 높여야 한다는 의도로 펜을 들었다. 매달 3장의 카드, '넘버원', '옐로', '레드'를 꺼낸다. 다시 한번 더 설명을 곁들이자면 '넘버원'에는 넘치는 칭찬, '옐로'에는 주의, '레드'에는 뼈아픈 채찍을 휘두른다.

장마와 무더위가 교차한 8월을 담은 다섯 번째 보고서를 공개한다.
스포츠 2팀


[넘버원]스토리가 춤추는 무대, 명불허전 슈퍼매치

균형이 마침내 무너졌다. FC서울이 9경기 연속 무승(2무7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8월3일 라이벌 수원에 2대1로 승리했다. 2010년 8월28일부터 시작된 한많은 세월의 무게에서 탈출했다. 3년 만의 복수혈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K-리그는 인기가 없다? 넌센스다.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스토리가 있는 그라운드, 팬들이 알아서 움직였다. 지난해 4차례 정규리그 혈전의 평균 관중은 무려 4만4960명이었다. 올시즌 수원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도 3만7879명이 입장했다. 이번에는 상암벌이 춤을 췄다.

한 편의 드라마였다. 경기 2시간 전부터 주차 대란이었다. 차량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불과 수㎞를 가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였다. 어렵게 문을 열고 들어선 상암벌은 '축구 천국'이었다. '검붉은 힘 위대한 서울'이라는 문구의 카드섹션이 경기장을 수놓았다. 서포팅이라면 최강으로 평가받는 수원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원정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도 주죽들지 않았다.


푹푹 찌는 열대야 속에서도 무려 4만3681명이 입장했다. 팽팽한 긴장감과 흥분, 환호성과 탄식이 90분내내 이어졌다.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아시아 최고의 더비(Asia's top derby)는 차원이 다른 무대여다. 두 팀 덕분에 행복한 밤이었다.

타산지석이다. '우리는 안된다'는 패배주의는 지워야 한다. 성공적인 마케팅의 첫 걸음마는 스토리 발굴이다. 슈퍼매치가 하나, 둘 늘어날 때 비로소 K-리그의 봄을 노래할 수 있다. 슈퍼매치는 희망이자 꿈이다.


[옐로]상암-포항, 해도 너무한 더위먹은 그라운드

해도해도 너무하다. 논두렁에 가까운 더위먹은 그라운드, 클래식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프로축구는 한국 축구의 얼굴이다. 최상의 무대를 마련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상기온과 양잔디 탓으로 돌리는 것도 하루이틀이다. 그 무대가 한국 축구의 역사여서 피가 거꾸로 솟는다. 한 곳은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지다. 11년 전 지구촌 대제전인 월드컵 개막전이 열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시민을 미소짓게, 서울을 아름답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공기업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한다. 다른 한 곳은 한국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이다. 연고로 하는 팀 서포터들은 늘상 '족보없는 축구는 가라'는 플래카드를 건다. 포항스틸야드다. 포스코가 하청업체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두 경기장에서 상상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라운드는 논두렁이다. 생기를 잃었다. 곳곳이 맨땅이다. 급하게 잔디를 손질하지만 선수들이 한 번 지나가면 끝이다.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패스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드리블도 쉽지 않다. 선수들은 볼을 차면서도 틈만 나면 패인 잔디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3류 그라운드 탓에 선수들이 부상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그들도 할말은 있다. 8월 내내 고온다습한 날씨에 집중호우로 잔디는 생육을 멈추고 뿌리부터 죽었다. 하지만 이런 변명도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8월 폭염과 집중호우는 연례행사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다른 구장들은 꼭두새벽부터 나와 대형 선풍기 등을 동원하며 잔디를 푸르게 관리했다. 결국 의지문제다. 프로축구연맹은 최고의 잔디상태를 유지한 팀에 '그린 스타디움상'을 수여한다. 이들에게는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25일 FC서울과 경남전에서 어이없는 판정에 의해 골선언이 번복되자 주심과 부심에게 항의를 하고 있는 데얀. 동영상캡처=FC서울
[레드]서포터스의 난동-더위 먹은 심판 오심 퍼레이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들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두 집단,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서포터스의 '실력 행사', 심판의 오심 퍼레이드가 프로축구판을 멍들게한다. 서포터스는 K-리그의 한 축이다. 열정 가득한 응원에 그라운드가 춤을 춘다. 그러나 '순수성' 대신 '권력'과 '폭력'으로 얼룩진 응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천과 강원 서포터스의 경기장 난입은 어긋난 방식으로 드러난 구단 사랑의 폐해였다. 인천 팬들은 3일 울산전에서, 강원 팬들은 18일 인천전에서 각각 경기장 출입구를 봉쇄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팬들이 보안 요원들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아무리 억울해도 분통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잘못됐다. 출입 금지 구역인 경기장에 난입하고 폭력 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구단을 향한 어긋난 사랑이며, 구단 얼굴에 먹칠하는 행위다.

오심은 한 두 해의 문제가 아니다. 심판도 인간이기에 오심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실수가 반복되고 잘못에 대한 반성 없이 '제식구 감싸기'만 한다면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는 자충수(自充手)가 된다. 인천전에서 나온 김신욱(울산)의 핸드볼과 5일 경남-서울전에서 터진 데얀의 골 선언 번복은 코미디 같은 해프닝이었다. 판정이 도마에 오르면 심판은 "오심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징계도 그들 세계에서만 통용된다. 오심보다 더 아쉬운 것이 바로 사후 처리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선수들의 땀의 가치가 오심으로 퇴색되는 일을 언제까지 지켜봐야만 하는가. 심판의 판정이 존중 받으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성역의 덫'에 갇혀 책임은 등한시하고 있다. 그 때문에 K-리그가 병들어간다.

제발 스스로 권위의 탈 좀 벗어라. 소통과 책임이 있어야 상생이 가능하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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