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최단시간골' 황의조 30초골 다시 보고 싶다

기사입력 2013-09-03 07:59



1일 저녁 7시, 전국 4개 구장에서 동시상영된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극장'은 명불허전이었다. 90분 상영시간 내내 구장별 상황이 스마트한 온라인을 타고 실시간 중계됐다. 시시각각 구단별 희비가 엇갈렸다. '7위 전쟁' 극장 개봉 30초만에 성남이 웃었고, 엔딩크레딧이 내려오기 직전 부산이 웃었다. 극적인 해피엔딩을 썼다.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그 흔한 '스포일러'조차 없었다. 마지막 90분이 끝날 때까지 누구도 극장을 떠날 수 없었다. 예측불허 스릴만점 '극장'이었다. 감독의 연출 아래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도 비운의 주인공이 돼버린 성남은 허탈감에 드러누워버렸다. 상하위리그의 운명을 가른 90분의 스플릿 극장은 이렇게 짜릿하고 저릿했다.

이날 경남-성남전의 하일라이트는 '성남 유스' 황의조의 '30초골'이었다. 휘슬이 울린 지 불과 30초만에 전광석화같은 성남의 선제결승골이 터졌다. 풍생중고-연세대 출신 1년차 황의조였다. 현장에서 취재진이 노트북을 펴들기가 무섭게 터진, 말그대로 벼락골이었다.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원톱' 김동섭의 자리에 선 황의조가 큰 일을 낸 순간이었다. '스플릿 극장'의 메인 이벤트로 꼽힌 성남-경남전엔 TV 중계가 편성되지 않았다. 현장 기록원들과 취재진이 우왕좌왕했다. 30초만에 터진 골을 놓고 '구전'으로 골 상황을 복기해야 하는 코미디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현장사진 판독으로 골 장면을 복구해냈다. 스마트 시대 그 흔한 동영상 하나 구할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골은 올시즌 최단시간 골로 기록됐다. 김신욱의 48초골 기록을 18초나 단축했다. '세르비아 레전드' 페르코비치 경남 감독이 "내 축구인생에서 30초 골은 처음이다. 강펀치를 맞고 넉아웃되는 심정이었다"고 고백할 만큼 무시무시한 골이었다. 그러나 이날 K-리그 팬들은 황의조의 30초골을 볼 수가 없었다. 오직 활자로만 회자된 골 소식에 '와! 슈퍼루키의 활약이 대단했겠구나'라고 속으로 짐작할 뿐이다.

감독, 선수, 구단을 피말리는 스플릿시스템은 팬들을 위한 것이다. 리그의 긴장감과 재미를 끌어올리고, K-리그 관중 증가를 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날 경남구장의 관중수는 2675명이었다. 관심이 집중돼야 할 이날 경기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구단의 운명이 촌각을 다투는 시점, 목숨 걸고 뛴 그들만의 '스플릿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없는 '30초골'이 마냥 씁쓸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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