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뜬다]'K-리그 진짜 사나이' 포항 DF 김원일

최종수정 2013-09-06 08:39

◇해병대 복무 시절의 김원일.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김원일

수비수는 외로운 포지션이다.

공격수는 화려한 골로 주목을 받는다. 미드필더는 화려한 패스, 골키퍼는 수호신으로 각광받는다. 수비수는 '잘해도 본전, 못하면 역적'이 된다. 최근에야 공격의 시발점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볼에 달려 들어야 하는 수비수는 여전히 힘든 포지션이다. 하지만 포항 수비수 김원일(27)은 자신의 팀, 포지션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사나이는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을 위해 죽을 줄 알아야 한다." 이 남자, 왠지 끌린다.

'해병대 1037기'의 속사정

프로 4년차 김원일은 올 시즌 K-리그를 대표하는 수비수다. 김원일-김광석 콤비가 지키고 있는 포항 수비는 26라운드 현재 클래식 14팀 중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이다. 26경기 중 경고누적으로 빠진 2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를 소화했다. 황선홍 감독은 김원일을 두고 "한결같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소화해주는 선수"라며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

김원일은 '막군(해병대 병장 만기제대)' 출신이다. 상무나 경찰청 입대는 꿈도 못꿨다. 대학 시절의 아픔이 있다. 윤성효 감독(현 부산)이 이끌던 대학 최강 숭실대의 일원이었지만, 주전 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고향(김포)에서 군대 문제라도 해결해보자'라는 심정으로 무작정 해병대 입대 자원서를 냈다. 운명의 여신은 해병대 1037기 김원일을 '강철전사들의 요람' 포항으로 인도했다. 군생활은 술술 풀렸다. 해군팀과의 자존심 대결에선 후반전만 뛰고도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해병대 메시'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축구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선수 시절과는 다른 군 생활 속에 일반 학생으로 돌아가겠다는 꿈도 꿨다.


◇김원일이 해병대 복무 시절 UDT 훈련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김원일
포항은 내 운명

고단한 나날 속에 운명은 서서히 다가왔다. 포항 스틸야드는 김원일이 재기의 싹을 띄운 공간이다. 포항 구단 초청으로 K-리그 경기를 관중석에서 관전할 때마다 '강철 전사'의 일원이 되는 날을 상상했다. 꿈은 이루어졌다. 해병대 제대 후 숭실대에서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0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포항의 지명을 받았다. 김원일은 "해병대 생활을 통해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김원일은 첫 해 백업 요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2년차부터 붙박이 주전이 됐다.

짜릿했던 순간도 있었다. 2012년 대학 시절 스승인 윤 감독이 이끌던 수원을 상대로 득점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김원일은 "시즌 뒤 결혼식장에서 윤 감독을 만났는데, 표정이 좋지 않으셨다"며 "죄송스러웠지만, 내 자신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웃었다.


◇김원일이 득점에 성공한 뒤 황선홍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스포츠조선DB

포항, 현재진행형의 꿈

김원일은 젊은 포항에서 군기반장과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고 있다. 해병대 출신 답게 후배들이 흐트러진 모습엔 불호령을 내리기도 하지만, 평상시엔 누구보다 선후배를 챙기고 아낄 줄 아는 '진짜 사나이'다. 지난 7월 후배 고무열, 이명주가 홍명보호에 소집됐을 때는 직접 차를 몰고 이들을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데려다 주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물론 새로운 다짐도 하는 계기였다. 김원일은 "파주NFC를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 나도 더 잘해서 저 곳에 가고 싶다라는 상상을 했다"고 했다.

김원일의 꿈은 40년 전통의 포항에서 '전설'로 남는 것이다. 한때 축구를 포기할 뻔 했지만, 자신을 믿고 영입한 팀, 항상 신뢰를 보내는 황 감독과 코칭스태프, 팬들이 있는 포항에 뼈를 묻겠다는 것이다. '사나이는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을 이를 위해 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이유다. 김원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포기하려는 후배 선수들이 나를 보고 자신감을 갖고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짜 사나이' 김원일은 포항의 전설이 될 자격을 갖췄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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