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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수는 외로운 포지션이다.
프로 4년차 김원일은 올 시즌 K-리그를 대표하는 수비수다. 김원일-김광석 콤비가 지키고 있는 포항 수비는 26라운드 현재 클래식 14팀 중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이다. 26경기 중 경고누적으로 빠진 2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를 소화했다. 황선홍 감독은 김원일을 두고 "한결같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소화해주는 선수"라며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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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나날 속에 운명은 서서히 다가왔다. 포항 스틸야드는 김원일이 재기의 싹을 띄운 공간이다. 포항 구단 초청으로 K-리그 경기를 관중석에서 관전할 때마다 '강철 전사'의 일원이 되는 날을 상상했다. 꿈은 이루어졌다. 해병대 제대 후 숭실대에서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0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포항의 지명을 받았다. 김원일은 "해병대 생활을 통해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김원일은 첫 해 백업 요원으로 자리를 잡았고, 2년차부터 붙박이 주전이 됐다.
짜릿했던 순간도 있었다. 2012년 대학 시절 스승인 윤 감독이 이끌던 수원을 상대로 득점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김원일은 "시즌 뒤 결혼식장에서 윤 감독을 만났는데, 표정이 좋지 않으셨다"며 "죄송스러웠지만, 내 자신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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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현재진행형의 꿈
김원일은 젊은 포항에서 군기반장과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고 있다. 해병대 출신 답게 후배들이 흐트러진 모습엔 불호령을 내리기도 하지만, 평상시엔 누구보다 선후배를 챙기고 아낄 줄 아는 '진짜 사나이'다. 지난 7월 후배 고무열, 이명주가 홍명보호에 소집됐을 때는 직접 차를 몰고 이들을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데려다 주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물론 새로운 다짐도 하는 계기였다. 김원일은 "파주NFC를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 나도 더 잘해서 저 곳에 가고 싶다라는 상상을 했다"고 했다.
김원일의 꿈은 40년 전통의 포항에서 '전설'로 남는 것이다. 한때 축구를 포기할 뻔 했지만, 자신을 믿고 영입한 팀, 항상 신뢰를 보내는 황 감독과 코칭스태프, 팬들이 있는 포항에 뼈를 묻겠다는 것이다. '사나이는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을 이를 위해 죽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이유다. 김원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포기하려는 후배 선수들이 나를 보고 자신감을 갖고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짜 사나이' 김원일은 포항의 전설이 될 자격을 갖췄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