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자타공인 최고의 명장이었다.
27년간 맨유를 이끌며 숱한 영광을 달성한 퍼거슨식 지도력에는 여러가지 마법이 숨어있다. 그 중 하나가 적절한 리빌딩이다. 퍼거슨 감독은 스타선수들을 내치고,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등 과감하고, 계획성있는 모습으로 팀을 빠르게 재건했다. 맨유가 실패를 딛고 강호의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박경훈 제주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29일 전남전이 끝난 후 퍼거슨 감독에 대해 언급했다. 박 감독은 "리빌딩도 중요하다. 퍼거슨 감독은 리빌딩의 귀재라고 불린다. 퍼거슨 감독이 쓴 책을 보면 리빌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지금은 내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고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릴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제주의 올시즌은 '실패'다. 그룹A에도 진입하지 못했고,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FA컵도 4강에서 무너졌다. 목표로 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박 감독은 일찌감치 다음시즌으로 눈을 돌렸다. 박 감독의 말대로 제주의 축구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그룹B에서 5연승을 달리고 있는 제주는 승점 1점만 더하면 잔류를 확정짓는다. 순위도 큰 이변이 없는한 8~9위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부담없이 리빌딩을 할 수 있는 판이 펼쳐졌다.
제주는 간판 수비수 홍정호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했고, 서동현 권순형은 병역 의무로 팀을 떠나야 한다. 공수에 걸쳐 변화가 필요하다. 박 감독은 안종훈 좌준협 이성현 등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여기에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하는 김호준 김영신 배기종 등의 출전시간을 늘려 하루빨리 K-리그 클래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영입 작업에도 일찌감치 나설 예정이다. 박 감독이 특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수비다. 박 감독은 "올시즌 초반 성적이 나왔을때는 역시 수비가 안정됐을때다. 홍정호같은 대표급 수비수를 영입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결국 기존의 선수들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남은 시즌 동안 수비조직에 대한 여러 방안들을 실험할 생각이다"고 했다.
제주는 박 감독 부임 후 3번째 리빌딩에 나섰다. 구자철 박현범 홍정호 등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자일, 네코, 산토스 등 외국인 선수들의 이탈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박 감독은 지난 3번의 리빌딩으로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리빌딩의 핵심은 결국 선수다. 내 색깔에 선수들이 얼마나 녹아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몇몇 포지션에 내가 원하는 선수들이 보강되고, 착실한 겨울을 보낸다면 올시즌과는 다른 결과는 내년시즌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감독이 퍼거슨 감독을 언급한 이유는 다음시즌 성공적 리빌딩을 위한 다짐인 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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